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턱밑 추격…메리츠는 NH와 3위 경합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고공행진은 3분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증권사 상당수에서 기록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2분기에 비해 줄어 위탁매매부문의 수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등으로 인한 자기매매이익과 IPO·인수금융 등 투자금융(IB), 자산관리(WM) 부문의 실적 반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17일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자본규모 상위 10개사의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1억원으로 전분기 7624억원 대비 3.45% 감소했다.
개별회사 기준으로는 미래에셋대우가 1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1317억원), 메리츠종금증권(898억원), 삼성증권(874억원), NH투자증권(867억원), 신한금융투자(634억원), KB증권(409억원), 대신증권(352억원), 하나금융투자(344억원), 키움증권(323억원) 순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실적 '호호'…키움증권은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 반토막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1343억원의 순이익과 누적순이익 4081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에 순이익이 2분기 대비 17.2% 감소했지만 1년 전(666억원)에 비해서는 101.4%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투자금융(IB) 등 전 사업부의 이익이 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결과는 2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합병시너지 효과로 인한 부문별 고른 성장세와 안정적 수익구조 덕분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7.2% 감소한 것은 2분기 실적에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 관련 염가매수차익(360억원)이 일회성 수익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분기에는 위탁매매 23%, 자산관리(WM) 14%, IB 18%, 트레이딩 22%, 이자손익 및 배당 23%로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수익기반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IB부문은 1조원 규모의 셀트리온 헬스케어 IPO를 비롯해 5000억원 규모의 두산인프라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3600억원 규모의 모던하우스 인수금융 등을 주선하며 772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거뒀다. 다만 서교동 청년임대주탁 개발사업, 롯데동탄 개발사업 등의 대형 PF딜로 인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분기 877억원에 비해선 실적이 12% 감소했다.
지난 13일 초대형IB 5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131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늘어난 수치지만 2분기 1405억원에 비해선 다소 감소했다. 이미 한투증권은 상반기에 순이익 2706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1년간 올린 2367억원의 순이익을 넘어섰다.
한투증권은 실적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 3분기에 26억원, 누적기준으로 58억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다만 이 회사는 미래에셋에 실적에선 밀렸지만 기업의 수익성 지표에서는 앞섰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중 유일하게 10%가 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순이익 898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분기(980억원) 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42.6% 증가했다. 누적 순이익금액은 2688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4위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7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74.8%의 성장률을 보였다. 2분기에 비해 30.9% 상승하며 당초 시장 전망치인 700억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누적 순이익 금액으로도 전년 대비 41.1%한 증가한 209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3분기 실적은 업계 4위, 누적금액 기준으로는 업계 5위를 차지했다. 4분기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2015년의 2559억원을 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IB와 WM 부문의 선전으로 양호한 실적을 선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문은 각각 전 분기 대비 12.1%, 2.9% 늘어나며 0.5% 줄어든 브로커리지 부문 이익을 만회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확대로 인한 순수탁수수료 증가 외에도 ELS 판매와 조기상환 확대로 금융상품 수익이 증가했고, 구조화금융 수익 확대로 인한 인수 및 자문 수수료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규모 3위의 NH투자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67억원으로 업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증가했지만 IB 부문의 수익이 소폭 감소하며 전분기 대비로는 18.9%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41.8% 증가한 2821억원을 달성하면서 업계 4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 기록인 지난해 2080억원을 3분기만에 올렸다. 다만 견조한 수익성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지만 대어급 IPO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매출액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B수익은 6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했지만 2분기에 비해선 23% 감소한 것은 흠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는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지주 증권사 중 3분기까지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의 금융지주 내 순이익 비중은 30%에 달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 누적 순이익 1572억원, 3분기 순이익 634억원을 올렸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83.2%, 전분기 대비 32.7% 증가하는 호실적을 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2분기까지 부진했던 IB부문 실적이 전분기 대비 80.1% 증가하는 등 IB부문의 실적이 좋아졌고 운용자산 확대에 따른 자기매매 부분 이익 증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4위인 KB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3% 증가한 410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순이익 금액은 13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 증가했다. 지난 2분기 177억 적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에 비해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반전에 성공했다.
대신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81.4% 늘어난 352억원의 3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순이익금액은 1012억원으로 전년보다 59.7% 올랐다. 견조한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양호한 실적 상승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3분기 3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수치는 2분기 430억원보다는 20% 줄어든 결과다. 누적 순이익 금액은 전년대비 59.6% 증가한 92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초과 달성했다.
10개 주요증권사 중 분기 기준으로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했다. 키움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3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2% 감소했다. 특히 2분기 72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반토막 난 셈이다. 다만 누적 순이익은 1655억원으로 전년대비 24.7%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경우 3분기 거래대금 감소 등의 시장 변동성에 다른 증권사보다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 동안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한 개인투자자 대상 영업과 채권 인수에 집중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왔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평가다.
4분기 증권사 실적…금리 영향 얼마나 받을까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선방은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등 해외증시의 호황으로 ELS 조기 상환 규모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상승을 사실상 예고한 상황에서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은 증시활황에 따른 브로커리지와 ELS관련 수익 증가가 채권 손실분을 얼마나 상쇄할 것인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