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사실상 '빈손'으로 예산 정국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날 여야가 내놓은 잠정 합의문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뜻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당초 추경호 의원 등이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면서까지 법인세 인상만큼은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문에 따르면 법인세는 현행 22%에서 25%로 상향된다. 신설되는 과표 구간은 정부안인 2000억원이 아닌 3000억원으로 일부 조정되면서 적용 대상(129개에서 77개)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법인세는 인상된다.
소득세 또한 한국당은 합의문에 '유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국민의당이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저지하지 못했다. 결국 소득세는 정부안대로 구간별 2%씩 인상된다.
예산안 최대 쟁점인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서도 최종적으로 9475명으로 정해지면서 한국당이 버티고 있던 7000명보다는 여당이 주장한 1만500명에 가까운 결과가 만들어졌다.
한국당은 의석수가 116석으로 거대 야당임에도 40석인 국민의당이 여당과 1야당을 쥐락펴락하는 통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실리마저 챙겼다. 여당이 협상 전 호남 KTX 예산에 공동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도 당력을 국민의당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강성인 한국당보다는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에서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4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고 사전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한국당이 패싱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국당도 하루 빨리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의석수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국민의당과 함께, 국민의당의 의견을 많이 들어서 국회의 일정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