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스님 등 종교인들이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받은 '종교활동비'에 대해 한도없이 비과세해주는 부분에 대해 어떠한 손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종교활동비의 무제한 한도를 두고 "근로소득자 간 납세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특혜 논란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소득세법시행령(수정)'을 보면, 종교단체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는 지급명세서 제출 항목에 종교활동비를 넣었다. 종교활동비 지급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비과세 소득이라는 이유로 당초 시행령에선 소득명세를 신고할 의무는 없었다.
내년 1월 1일 과세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시행령을 갑작스럽게 고치려는 데는 과세형평성 때문이었다. 비과세 소득으로 구분된 종교활동비의 한도가 없다 보니 일반 납세자와 형평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혜 논란이 일자 이낙연 국무총리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보완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는 이유로 무제한 허용을 유지하도록 했다. 활동비가 종교인 개개인 통장으로 지급되어 사실상 소득으로 귀속됨에도, 이 비용이 개인의 생활비가 아닌 주로 자선·사회적 약자 구제, 교리 연구 등에 쓰인만큼 한도를 두긴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납세협력의무'만 지우도록 한 것이다. 국세청이 종교활동비의 지급내역을 볼 수 있다고는 하나, 그간 종교단체가 꼼꼼 숨겼던 지급 규모만 파악할 뿐 과세자료로 활용될 여지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부당한 조세 특혜를 누리고 있어도 그저 '눈 뜬 장님'만 되겠다는 소리다.
종교단체회계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한하는 부분도 여전히 논란거리도 남겨두었다. 현 시행령에선 종교단체회계를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종교인회계, 종교단체회계로 구분해서 기장하도록 되어 있다. 국세청이 종교단체회계를 들여다보더라도 종교인소득에 한해서만 조사할 수 있기에 반쪽짜리 과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 과세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보완 방안"이라며 "종교인 소득 과세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지 50년 만에 과세의 첫 걸음을 뗀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2월부터 국세청 등 과세당국은 '종교계와의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이를 통해 납세절차 불편, 세무조사 관련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