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 최근 1년간 유동성지표 가장 악화
증권업계 유동성지표 관리 필요 지적도 나와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동성 관리에 가장 취약한 회사는 키움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별도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54개 증권사의 지난해 9월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100)은 131.69%로 전년 3분기 134.17%보다 2.48%p 떨어졌다. 이는 2016년 말에 비해서도 4.68%p 낮아진 수치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유동성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단기 유동성 부채가 유동성 자산규모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최근 유동성 리스크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유동성비율이 낮은 증권사는 ELS 조기상환이나 만기도래채권 등 단기 자금유출에 대한 지급불능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반면 이 비율이 높은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위기대응 능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동성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키움증권이었다. 다음으로 미래에셋대우(123.81%), 하나금융투자(123.90%), KB증권(130.27%), 한국투자증권(133.16%) 등의 순이었다. 대신증권(136.93%), 삼성증권(137.94%), NH투자증권(138.55%), 신한금융투자(147.37%) 등은 업계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나타내 지급능력이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9월말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은 113.05%로 1년 전 123.09%에서 10.04%p가 빠지며 단기 유동성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 1년 사이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이 5조 3167억원에서 7조 2928억원으로 1조 9761억원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유동성 부채는 4조 3195억원에서 6조 4512억원으로 2조 1317억원 급증했다.
이 회사의 유동성 비율은 2016년 3분기까지만 해도 123.09%에 달했으나 3개월 지난 연말에는 109.89% 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00% 이상의 유동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규제라인 턱걸이 수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123.81%, 123.90%의 유동성 비율을 나타내 단기자금 지급 수요에 어려움을 겪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지급능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1년 동안 유동성비율이 5.77%p가 빠지며 최근 지급능력이 악화 추세에 있는 것은 흠으로 부각됐다.
대신증권의 경우도 유동성 부채가 빠르게 늘며 1년 사이 유동성 비율이 대폭 나빠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은 136.93%로 전년 대비 5.35%p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작년 3분기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은 147.37%로 전년 대비 0.89%p 줄었다.
지난해 합병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KB증권은 130.27%, 초대형 IB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133.16%의 안정적인 유동성 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175.69%의 압도적인 유동성 비율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유동성비율은 2016년 3분기 137.13%에서 1년 동안 38.56%p 큰 폭으로 증가하며 현금동원력을 현저히 높였다.
이같은 지급여력 증가 배경은 지난 6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총 748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한 영향 때문이다. 전환상환우선주는 대부분 우선주 발행가격 보다 주가가 더 올라 상환권 행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부채 보다는 자본 성격에 가깝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3월 3383억원의 유상증자로 유동성 비율이 119.51%에서 137.94%로 대폭 상승한 케이스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자산은 22조 2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0.26% 늘었으며 유동성부채는 16조 1492억원으로 같은 기간 0.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를 하면 자기자본과 유동성 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동성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는다.
반면에 일부 대형 증권사는 1년 새 30%에 가까운 유동성비율 급락을 보이며 지급불능 대응력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는 10대 증권사 가운데 최근 유동성 지표가 가장 많이 악화된 곳이었다. 이 회사는 2016년 3분기만 해도 유동성 비율이 167.51%에 달했으나, 유동성 자산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월등한 탓에 유동성 비율이 28.96%p 급감했다.
이 증권사는 1년 새 유동성 자산이 13.27% 감소한 사이 유동성부채는 0.05%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과 부채는 각각 23조 6741억원, 17조 874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유동성 비율이 높다는 것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등 단기 자금수요 이슈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근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유동성 지표가 다소 악화되고 있는 것은 레버 레버리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단기 유동성 부채의 증가 속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나 은행의 자산은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은 10%, 나머지 90%는 부채로 돼 있어 유동성이 다른 일반기업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