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23일에는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는 등 최근 며칠 사이 국내 경제계를 주름잡는 거두(巨頭)들의 사망소식이 세간에 전해졌다.
영면한 이들 두 거목에게는 상당히 실례가 되는 일일 테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은 유족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재산을 상속받게 될지 여부다. 또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만큼 얼마의 세금(상속세)을 내게 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선례를 보면 지난 2003년 타계한 故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유가족이 국세청에 신고·납부한 상속세는 1338억원. 지난 1997년 별세한 故이임룡 태광산업 회장 유족이 낸 1060억원을 뛰어 넘는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었다.
故신 회장의 유족들은 주식 등 2900억원, 100억원 대의 예금과 부동산 등을 합쳐 총 3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속 받은 재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세금으로 국가에 귀속시켰던 것.
지난해 타계한 故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유족들은 평가액 937억원에 달하는 대한전선 주식 1300여만주와 부동산 등을 합쳐 총 3400억여원의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이에 따른 상속세 1355억원을 국가에 납부했다.
이처럼 타계한 거대 기업주의 유족들이 상속 받은 재산에 대해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1998년 타계한 故최종현 SK회장의 장남인 최대원 SK회장이 73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또한 故이정림 대한유화 회장의 유족들도 상속 받은 재산 중 278억원을 세금으로 국가에 헌납했다. 2001년 사망한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족들도 3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국가에 납부하기도 했다.
최근 잇따라 별세한 故정세영 명예회장과 故박성용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은 각각 1200억여원과 372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족들이 내야할 상속세도 각각 480억여원과 147억여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십 원 짜리 한 장도 덜 내고 싶은 것이 세금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자자손손 편히 살 수 있을 정도의 천문학적 액수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편법을 동원했다면 사회적인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이 낸 거액의 상속세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막대한 부(富)를 이전 받으면서 머리만 조금 굴리면(?) 세금을 피할 수도 있지만 이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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