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챠트를 들여다보면서 주가의 향방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한다.
환율시장에서도 환율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예측은 주식시장과 달리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자리잡고 있고 수시로 변화하고 있어 환율을 예측한다는 것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민경제는 환율 변화에 따라 출렁거리고 가정 또한 환율과 밀접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조세일보는 환율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자료=조세일보 DB
고대 로마의 타르퀴니아 왕 통치 시절 남루한 옷차림의 노파가 아홉 권의 책을 들고 왕을 찾아왔다.
이 노파는 무슨 내용이 담긴 책인지도 말하지 않은 채 엄청난 가격을 요구하며 책을 살 것을 권했다. 하지만 타르퀴니아 왕은 면전에서 노파를 내쫓았다.
다음 날 노파는 아홉 권 중 세 권을 불태운 후 나머지 여섯 권을 왕에게 가져와 똑같은 가격에 팔려고 했다. 왕은 궁금했지만 이번에도 사지 않았다.
노파는 다시 세 권을 불사르고 나머지 세 권만 들고와 여전히 아홉 권의 가격을 요구했다. 그제야 왕은 뭔가를 직감하고 아홉 권의 가격으로 3권의 책을 샀다.
왕에게 예언서를 팔았던 '시빌의 신탁서(Sibyl's oracle)'이다.
이 노파는 전설 속의 지혜와 신비의 대예언자 시빌이었고 그녀가 판 책은 로마의 앞날을 세세하게 기록한 예언서였다.
미래를 보는 능력은 원래 신의 영역이지만 인간이 신의 힘을 빌려 미래를 엿보려고 하는 욕망을 전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3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려지는 조지 소로스는 환율예측에서 세계 제일의 대가로 꼽힌다.
소로스는 1992년 9월 독일의 금리 재편 이후 그 압박을 받아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는 통화로 영국 파운드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는 당시 파운드화 하락에 15억 달러의 포지션을 구축해 놓았고 파운드화 공매도에 나서자 다른 헤지펀드들도 순식간에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그해 9월 17일 런던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수백억 파운드의 매도가 쏟아지자 영국 정부는 필사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금리를 10%에서 15%로 끌어올려 파운드화를 방어하려 했지만 헛수고로 돌아갔고 그날 저녁 7시 30분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로 돌아가겠다며 백기 투항했다. 1조 달러 이상의 파운드화 매도압력이 가해졌으니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소로스는 단 하루 만에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헤지펀드의 대부로 등극했다.
소로스는 대한민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시절 한국을 타겟으로 삼았으나 한국인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금을 쏟아내면서 그냥 손을 털고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환율예측의 대가인 소로스라고 마냥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소로스는 1998년 홍콩 달러 하락에 베팅했다가 실패한 바 있고 2000년 4월에는 퀀텀펀드가 기술주인 IT(정보기술) 버블로 인해 50억 달러를 순식간에 날리기도 했다.
또 소로스는 중국 주식시장에서 공상은행과 상하이자동차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맞보기도 했다.
소로스는 2016년 중국 위안화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얼마나 많은 수익을 챙겼는지 아니면 손해를 봤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소로스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으며 이미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혀 위안화 약세를 점쳤으나 이에 발끈한 중국 정부가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인민일보와 신화통신까지 동원하면서 소로스에 맞선바 있다.
불과 몇개월 전의 대한민국 상황을 봐도 환율예측은 얼마나 '무모한 객기'가 될 수 있는지를 실감케한다.
지난해 9월 14일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할 당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36원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여만에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사하고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올해 1월 19일 원·달러 환율은 1068.50원으로 낮아졌다. 달러당 67.50원이 떨어졌다.
100만 달러를 수출하는 무역업체라면 4개월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6750만원의 손실을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하는 꼴이다.
일본의 엔화도 원·달러 만큼은 아니지만 환율이 하락했다. 원·엔화는 지난해 9월 14일 100엔당 1027.64원에서 올해 965.44원으로 떨어졌다. 100엔당 62.2원이 하락했다.
100만원을 엔화로 환전하는 사람은 지난해 9월 14일 매매기준율로 9만7310엔을 받았지만 올해 1월 19일에는 10만3580엔을 손에 쥐게 됐다. 요즘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은 것도 환율과 연관이 깊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섣부른 예측은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환율의 대가인 소로스마저도 환율예측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미국 선물거래사, M&A 거래사, 펀드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등 금융증권 분야의 7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