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고소득층과 여타계층 소득격차 심화
미국에서 소득수준 상위 0.1%에 드는 최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세가 다른 계층에 비해 월등히 빠른 것으로 나타나 부의 집중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NYT는 최근 기획연재하고 있는 '미국의 계급문제' 시리즈에서 납세정보와 각종 정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버는 '보통 부자'들을 훨씬 앞지르는 이른바 '초(超)고소득자(hyper rich)'들이 미국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신 자료인 2002년 통계를 인용, 미국에서 연간수입 상위 0.1%에 드는 사람들이 14만5천명 가량이며 이들의 수입은 평균 3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수입액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조정한 지난 1980년 상위 0.1%의 평균수입이 120만달러인 데 비해 2.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이 정도의 수입 증가를 보인 다른 계층은 없었다.
또 미국의 총수입 가운데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율도 1980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7.4%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 총수입 중 상위 10%의 비율은 훨씬 적게 증가했으며 하위 90%의 경우 그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가구별로 보면 부동산과 여타 투자 자금으로 1천만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지난 2001년 기준으로 33만8천400가구로 역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1980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미국의 전체 가구수는 같은 기간에 27% 늘었을 뿐이다.
NYT는 이러한 결과가 주로 역대 정권들이 시행한 감세정책 때문이라고 보고 재무부 컴퓨터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감세정책이 다양한 소득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신문은 헤리티지 재단이나 카토연구소, 세제정의를 위한 시민모임 등 다양한 이념지향을 보이는 단체들이 이 분석 방식을 보증했다면서 분석 결과 2000년 기준으로 연간 8천7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납세자 400명이 낸 소득세, 의료보험세, 사회보장세의 세율은 연간 소득 5만~7만5천달러인 사람들의 세율과 같았다고 지적했다.
또 1천만달러 이상의 초고소득자들은 연간소득 10만~20만달러인 사람들보다 오히려 소득세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공정과세를 위해 36년전 도입된 최저한도세(Alternative Minimum Tax)도 기능을 다하지 못해 연간소득 7만5천~100만달러인 가구들에 주로 적용될 뿐 그 이상의 최고부자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최고부자들에게 주로 돌아가게 될 배당소득이나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은 거의 부과되지 않거나 지난 10년동안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특히 이러한 결과가 납세신고서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최고부자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합법,불법을 망라한 조세회피 방식들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들과 나머지 미국인들은 격차는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러한 '초고소득자'들의 등장이 부분적으로는 지난 30여년간 이뤄진 감세정책에 따라 촉진된 전지구적 시장 확대, 신기술과 투자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1950년에서 1970년까지는 연간소득 하위 90%가 1달러를 벌 때 최상위 0.01%는 162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이 수치는 1999년에서 2002년 사이를 기준으로 하면 하위 90%의 1달러당 최상위 0.01%는 1만8천달러로 급증했다.
신문은 부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준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나 투자소득세를 감면한 빌 클린턴 전 정부도 있었으나 부시 대통령은 어떤 역대정권보다도 초고소득자들에게 감세혜택을 많이 줬다고 지적했다.
미 국세청(IRS)에 따르면 2001년과 2002년에 세율이 줄어든 계층은 최상위 0.1%뿐이며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계속 추진될 경우 연간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계층이 가장 큰 세제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
다른 계층을 따돌리다시피 큰 격차로 앞서가는 이러한 초고소득자들의 등장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과 보수적 사회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도록 만들어 투자와 기술혁신을 촉진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등 일부 초고소득자들조차 이러한 부의 집중은 능력위주 사회를 특권사회로 변모시키고 국부 중 지나치게 많은 부분이 노력가나 혁신가들이 아니라 거액 상속자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해 결국 경제성장의 숨통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신문은 1년 전 의회 증언에서 "민주사회에서 이러한 일(심각한 빈부격차)이 허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도 전했다.
NYT는 미국내 계층 이동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이러한 소득 양극화 속에서 계층 이동이 점차 불가능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