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KDB혁신위원회 수석부행장(왼쪽)과 김경수 혁신위원장(오른쪽)이 2016년 10월 31일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혁신방안 발표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DB
2016년 적자규모 3조6411억원 심각한 부실
혁신방안 발표 1년 4개월만에 한국GM 사태 발생
한국GM 사태를 계기로 KDB산업은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이 차갑기만하다. 산업은행 조직의 비효율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투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한국GM의 심각한 경영부실이 드러나며 산업은행의 경영실적이 더욱 악화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됐으나 그 순간만 지나면 흐지부지되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公約)했지만 매번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산은의 낙하산 인사는 문재인 정부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친박인사'로 알려진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2016년 1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됐고 정권이 바뀌며 2017년 9월 '친문인사'로 거론된 동명이인 이동걸 전 동국대학교 경영대 교수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산은의 부실한 경영은 적자를 기록하기 마련이며 결국 국민의 혈세로 또다시 메꿔줘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때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사과와 함께 자구책으로 고강도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16년 10월 낙하산 인사의 전면 금지, 자회사 지분 매각 규정 강화, 부행장 체제로의 개편 등을 약속했다.
또 산업은행은 쇄신안에서 출자회사 관리 등 업무 프로세스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출자회사 매각 규정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주식을 시장가로 즉시 매각토록 한다는 규정도 정관과 내규에 명문화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과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이같은 방침은 슬그머니 사라졌고 땜질 방식의 처방으로 이어졌다. 또한 낙하산 인사를 금지하겠다는 약속도 소리없이 자취를 감췄다.
산업은행의 쇄신계획은 발표 1년 4개월여만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선언을 계기로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는지 진면목을 보여줬다.
◆…자료=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산업은행은 2015년 별도기준 순이자이익 1조5782억원, 영업이익 –1조2193억원, 당기순이익 –1조8951억원을 기록했다.
그렇게 부실했던 경영실적은 쇄신안이 발표된 2016년에는 별도기준 순이자이익 1조4244억원, 영업이익 1조2705억원, 당기순이익 –3조6411억원으로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졌다.
산업은행의 주주분포는 정부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산업은행의 적자는 고스란히 정부의 부담으로 되며 부족한 재원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되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이같은 실적부진은 국민의 세금을 그 만큼 축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100%(35억861만9768주)를 갖고 있고 자본금 규모가 17조8731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1954년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기업대출과 정책금융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국책은행으로 운영되다가 2015년 1월 산은금융지주, 한국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됐다.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군산공장 폐쇄 선언 이후에도 한국GM의 부실 규모에 대한 정확한 자료조차 갖지 못한 채 국책은행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조차 없게 됐다.
산업은행은 뒤늦게 GM 본사에 재무실적 공개, 장기경영계획 제출, 차입금 금리 인하 등 자금지원 전제조건으로 8개 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1일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흑자전환 방안 등 경영개선 대책 및 장기발전계획 수립 제출, 분기실적과 손실분석 등 재무실적 공개, 차입금 금리 인하와 본사 관리 비용 분담금 면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출 거부 중인 장기경영계획 제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개선조치, 한국GM 역할 확대를 위한 본사와의 협력방안, 주주감사 업무 수행의 실질화 방안 제시, 주주와의 신뢰관계 회복방안 등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최소한의 권한을 행사했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사건이 터진 후에야 뒤늦게 허둥지둥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2016년 10월 약속한 혁신방안은 경영부실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고 누적된 경영부실은 한국GM 사태를 맞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까지 멍에를 씌우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