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납세자들과 벌인 '세금 싸움'에서 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과세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세관의 경우 10번 중 8번이 잘못 부과된 세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조세심판원의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관세 심판청구 건수는 474건이었다. 이 중 368건(77.6%)이 처리됐는데, 관세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돌려준 사례는 127건이었다. 납세자 승소를 의미하는 인용률은 46.7%였다. 10번을 과세했다면 5번 가량은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소리다.
관세청의 심판청구 인용률은 2014년 56.4%에서 2015년 43.9%, 2016년 33.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내국세(27.3%)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보니 '징세행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국정감사 때 관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보고서를 보면, FTA원산지 조사 분야, 사회관심품목에 대한 현지검증 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꿔 말하면 과세기반이 되는 징세 행정의 개선이 미미했다는 소리다.
10번의 세금 부과 중 8번이 부실 판정을 받은 곳도 있다.
광주세관이다. 작년 광주세관을 상대로 128건의 심판청구가 접수됐는데, 이 중 94건(인용률 82.6%)이 납세자가 이겼다.
'세금 저항'이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세관이었다.
서울세관 관련한 처리대상 건수는 140건으로, 전체(474)의 30%에 육박했다. 서울세관의 심판청구 인용률(34.2%)은 인천세관(35.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평택세관은 과세 품질이 올라갔다. 평택세관의 심판청구 인용률은 재작년(2016년)까지만 해도 81.8%로, 전국 세관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이 인용률이 지난해엔 29.4%까지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