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섭섭한 감정 노골적 표출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전 상임중앙위원의 사퇴로 여권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염 전 위원이 `돌연 사퇴'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둘러싸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집권여당 서열 2위 자리를 내놓고 급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에 대해 본인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퇴 발표에 앞선 염 의원의 최근 행보를 놓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염 의원이 속내를 지도부에 일절 언급하지 않고 사퇴 직전에서야 일부 측근과 상의한 뒤 사퇴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오히려 염 의원에게 노골적인 `섭섭함'을 표하는 분위기가 뚜렷이 감지된다.
염 의원은 사퇴 발표 전날인 지난 7일 상임중앙위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심경을 내비치지 않았고 8일 기자회견에 앞서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무슨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묻자 "별거 아니다"라고 `연막'을 쳤다는 후문.
또 그의 측근에 따르면 염 의원은 최근 보좌진과의 모임에서 "상중위원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면서 고충을 토로한 적은 있으나 사퇴 결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염 의원은 사퇴 직전에서야 김태랑 전 의원 및 당의장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현직 의원 등 일부 측근에게만 사퇴 결심과 심경을 설명했으며 이중 일부는 "당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사퇴를 강력히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이 친노(親盧) 그룹의 맏형격이자 호남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급작스레 사퇴했던 점을 반영하듯 친노.호남그룹 의원들의 반응도 썩 호의적이지 않다.
친노그룹의 한 의원은 "솔직히 정말 이유를 모르겠지만 워낙 비분강개한 분이라서 이렇게는 정치 못하겠다고 사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염 의원 측근인 한 의원은 "전혀 상의나 귀띔이 없었다"며 "당의장 선거과정에서 지지를 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배신감을 느낀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사퇴 배경을 놓고서도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염 의원의 사퇴 배경에 대해선 `게이트 정국'이 이어지는데 대한 부담감,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측근 발호 경고' 등 대통령 측근 공격에 대한 불만, 당내 노선투쟁의 한 축이 됐다는 자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상중위원의 발언이 `염동연 돌연 사퇴'를 결정짓게 했다는 지적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 있다.
장영달(張永達) 위원이 6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일부 측근때문에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과 유시민(柳時敏) 위원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당은 사망직전의 중증환자"라고 한 언급이 염 의원의 결심을 재촉했다는 결정타가 됐다는 것.
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염 의원은 최근 일부 상중위원의 한마디를 전해듣고 완전히 맘이 떠났고 말릴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