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지지 표명..北정세·인권 문제도 논의될 듯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1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원칙과 북핵 불용(不容) 원칙을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취할 '추가적 조치'에 대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간 협의를 토대로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를 전제로 한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등 대북강경책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동북아 균형자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전계획 5029' 등을 둘러싼 '한미동맹 균열' 논란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천명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50분으로 예정된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기조를 골자로 한 회담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에, 양 정상은 북한의 6자회담 조속 복귀를 촉구하면서 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원칙과 북핵 불용원칙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려는 외교적 수단이 소진될 경우 대북 강경조치에 찬성할 것'이라는 미 워싱턴 포스트 보도와 관련, "그러한 의제나 내용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 단계는 평화적이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며, 앞으로 북한이 계속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외교적 노력이 소진됐을 경우에는 관련국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때에 취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며 "관련국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은 한미동맹 관계가 아주 공고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여러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전략적 유연성, 작계 5029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실무, 고위급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정상들이 자유롭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특히 남북대화와 관련, 오는 21∼24일 예정된 남북장관급회담 등 남북대화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와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유효한 창구가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 정세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미국측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할 경우 노 대통령도 북한 인권 개선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공식회담과 기자회견에 이어 오찬을 겸한 업무회담을 갖고 이라크 및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한.일, 한.중 관계 등 역내 평화 공동 증진 방안을 설명하고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권진호(權鎭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각각 개별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양국 정부의 입장을 최종 조율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 취임후 네번째인 이번 한미정상회담에는 한국측에서 반 장관, 홍석현(洪錫炫)주미대사, 권 국가안보보좌관, 이상희(李相憙) 합참의장, 윤병세(尹炳世) NSC 정책조정실장, 김 숙(金 塾) 외교부 북미국장 등이, 미국측에서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각각 배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