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등록·비상장회사라고 해도 회사대표가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낮은 금액의 전환가격으로 발행한 경우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 회사대표가 회사에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특히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평가한 뒤 이를 기초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에 대해,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주식의 평가는 보충적평가에 불과한 만큼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의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대법원은 13일 시가보다 낮은 전환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某회사대표 A씨가 제기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등'에 관한 사건의 상고심을 기각, A씨에게 유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대법 2003도5309)에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거나 증권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경우에도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봐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법에서 정한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은 보충적 평가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산정한 평가액은 곧바로 주식의 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
전환사채는 채권의 만기 등 일정한 시점에 주식 값이 크게 오른 경우, 채권자가 미리 정해진 전환가격(사채1매당 약정한 주식수)에 따라 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딸린 사채다.
전환가격을 턱없이 낮게 평가해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것은 전환시기에 전환사채 1매로 많은 수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회사 대표이사가 시세차익을 얻을 의도로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전환가격으로 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제3자의 이름을 빌려 이를 인수한다면 회사에는 손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는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인수함으로써 주식 시가와 전환가격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법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며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만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있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