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문란한' 네 남편과 헤어지는 것을 조건으로 내 전 재산을 네게 상속한다" (1937년 프랭크스미스)
"강아지 빙고에게는 60만 달러를, 남편에게는 1달러를 남긴다" (1959년 에이미 백맨)
"부인에게 1파딩(당시 4분의 1페니)만 주겠다. 언젠가 내가 유리를 깨뜨렸을 때 '썩어빠진 늙은 돼지라고 욕했기 때문에.." (1888년 앨버트 오튼)
우리나라에만 족보 회사가 있는 건 아니다. 영국에도 있다. 런던에 있는 족보 회사 '프레이저앤드프레이저'가 1960년대 말부터 가계를 추적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20만 개의 유언을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재밌다고 생각해 공개한 일부다.
◆…버니스 파우아히 비숍(Bernice Pauahi Bishop, 1831~84)과 그의 남편 찰스 비숍(Charles Reed Bishop, 1822~1915). (사진출처: 비숍 박물관)
이제는 미국 땅, 하와이의 카메하메하 왕조의 마지막 왕녀 버니스 파우아히 비숍이 40만 에이커가 넘는 토지를 상속하면서, 하와이 원주민을 위한 학교의 설립, 유지를 위해 신탁재산을 남긴다고 유언을 남겼다.
왕조의 마지막 자존심과 품격이 느껴지는 유언이다.
유언은 사람의 마지막 의사(생각)에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물론, 유언이 상속재산의 처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언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속재산에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언의 자유는 곧 유증(遺贈)의 자유다. 죽음을 원인으로 한 재산처분의 자유다. 그렇다고 유언의 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다. 법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민법이 유언 사항을 규정한다. 우리 법(法)상 강아지에게 상속이 가능할까? 답은 불가능하다.
말썽꾸러기 자녀에게 한푼도 주지 않겠다는 유언이 가능할까? 이 또한 불가능하다. 법이 정해둔 사항을 벗어나는 유언은 한마디로 무효다. 이처럼 유언은 대단히 엄격한 방식을 요구한다.
유언이 사망자의 진정하고도 합법적인 의사(생각)에 기초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돌아가신 분을 상대로 '이 유언이 맞습니까?'라고 물을 수 없기에 그렇다.
민법은 유언 방식으로 5가지를 정해뒀다. 첫째, '자필증서'다.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을 적고, 날짜, 주소, 성명 등을 적은 다음 도장을 찍으면 된다. 지문도 상관없다.
둘째, '녹음'이다.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및 성명과 날짜를 구술하고 증인이 참여해서 유언의 정확함과 증인의 이름을 말해야 한다. 녹음 방법은 상관없다.
셋째, '공정증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공증'이다.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공증 변호사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한 뒤 공증인이 이를 확인한 다음, 문서로 작성한다. 단, 반드시 한국어로 작성돼야 한다.
넷째, '비밀증서'다.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와 이를 적거나 받아적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증서를 밀봉하고, 날인한다. 그런 다음 두 사람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장임을 표시한 다음 봉투 표면에 날짜와 이름 등을 기록하는 조금은 복잡한 방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이 제대로 방식을 갖추지 못했을 때 앞선 첫 번째 방식인 '자필증서' 방식에 부합한다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해준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대단히 특별한 방식인데, '구수증서'유언(口授證書遺言, dounts deed testament)이다. 유언자가 질병이나 조난 같은 급박한 사유로 인해 앞의 네 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을 남길 수 없을 경우 예외적,보충적으로 인정되는 유언이다.
강조하지만 유언은 자유되 법으로 정한 사항과 엄격성의 범위 내에서의 자유다.
그래서 상속이나 유언은 결코 간단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