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건설주택포럼 공개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건설주택포럼 제공
정부가 주택 부실 시공, 투기 과열 억제 등을 이유로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무분별한 규제는 분양가격 안정은 커녕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돼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후분양 도입 시 금융기관의 부담도 커져 정부나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재원 조달 보완책 없이는 공급사업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평가다.
건설주택포럼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주택산업 이슈'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급 위축돼 분양가 상승…점진적 추진 필요"
◆…건설주택포럼 세미나 토론 모습. 사진=DB
주택 하자는 마감재 정도만 육안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구조적 문제는 준공 후 5년 정도 경과해야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후분양제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두 연구위원의 의견이다. 오히려 후분양제가 건설사 비용 부담 등으로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이 뛰고 결국 소비자의 실질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두 연구위원은 "만약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업체가 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기관도 리스크가 커진다"면서 "선분양제가 주택 공급 확대에 큰 역할을 해오고 중도금·계약금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시켜온 만큼 후분양제를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한 뒤 점진적으로 민간부문으로 넓히는 방안 등이 있어야 시장 충격 완화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공공택지 분양 시 우선권 적용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건설업체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주택 하자 면에서도 일본의 경우 관련된 독립 법률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도 품질보증에 대한 정확한 제도 정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후분양제 도입 시 PF 대출규모 2배 확대"
'후분양제 관련 부동산 금융시장의 이슈' 발표를 맡은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률이 80%에 도달했을 때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이 경우 주택개발사업의 총 비용은 선분양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며 "다만 은행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연구위원에 따르면 선분양제는 PF 대출 후 계약금이나 중도금이 들어오는 구조로 중도금에서 일부 PF를 갚게되지만 후분양제는 분할상환이 아닌 만기에 일시불로 지불해야해 리스크가 확대된다. 결국 후분양제는 재원 조달 과정에서 분양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자금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시행주체가 자기자본 비율을 늘리거나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시행사가 자기자본 규모를 단기간에 확대시키는 것은 어렵고 대주단도 늘어날수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구성이 힘들어진다"며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은행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많은 상황에서 후분양 관련 금융기관 여신정책 수립, 공사의 PF 보증 확대 등의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행사와 금융기관, 공사 등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고 장기적으로 시행사의 자기자본 조달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문투자자를 육성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이후 오동훈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 소장,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김성진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연구위원, 유재봉 계룡건설 부사장,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가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후분양제의 빠른 도입은 혼란 야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선분양제를 보완·발전시키거나 지방 소규모 택지 우선 도입, 공정 단계에 따른 점진적 시행, 시장의 자율 선택 등을 거론했다. 또 가상현실(VR)로 견본주택 없이도 소비자가 미리 살 집을 확인하는 등 선분양의 단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다양한 분양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