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사이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경제와 관련한 법률안을 처리하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 중 유독 '세금' 과 관련한 법률안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시장에서 고전하는 경제주체들의 세금부담을 다소나마 덜어 풀 죽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자는 것이 공통분모처럼 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국회 재경위에 계류 중인 세법개정안은 40여건을 넘고 있다.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임시국회가 개회됐지만 가·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계류' 형태로 남아 있는 세법 개정안도 많아 이번 6월 임시국회 처리가 관심이다.
주목되는 점은 벤처기업 활성화와 BTL사업(종합투자계획)을 지원키 위한 정부 제출 세법개정안의 통과 여부다. 아울러 유아용 위생용품(기저귀 등) 부가가치세 면제, 여성 가사노동 1200만원 소득공제 제도 도입 등 '민감성' 세법개정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
특히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마구잡이' 식 세금감면책을 담은 세법개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의원들간의 뜨거운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 '경기활성화' 명분‥정부 세제지원책 어떤 것들 있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조세지원책, BTL사업을 측면에서 떠받치기 위한 세제지원책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벤처기업에 대해 3년 동안 소득금액의 30%를 사업손실준비금으로 계상토록 하는 제도 도입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이 한국벤처투자조합을 통해 벤처기업 등에 출자하고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서 비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인투자자가 한국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하는 경우 출자금액의 15%를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토록 하는 등 일련의 세제지원을 통해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벤처기업 활성화 지원책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할 예정인 BTL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책도 함께 담아냈다.
정부는 특히 SOC(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에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사회기반시설투융자회사의 배당소득에 대해 투자금액 3억원 이하분은 5%, 3억 초과분은 14%의 저율로 분리과세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한 BTL사업방식에 의해 국가 등에 공급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해서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도 신설하는 내용을 법개정안에 담았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오는 6월 말 종료 예정인 금지금 부가세 면제기한을 2007년 말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함께 제출한 상태이다.
이 밖에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개정안은 또 있다. 교통세법과 특별소비세법이 그 것. 정부는 이 개정안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의 상대가격비율을 오는 7월부터 100:75:50 조정하고 향후 3년간 경유 가격비율을 5%씩 올려 2007년까지 85%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원입법안-정부와 공방전 '관심'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세법개정안의 대부분은 새로운 세금감면 제도를 신설하거나 기존에 운용하고 있는 세금감면 규모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세금감면에 대한 요구만이 있을 뿐 이를 통해 빠져나가는 세수보전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세수입을 감안해야 하는 정부는 골머리를 썩을 정도다. 게다가 국회의원들과 논리싸움을 벌이는 등 '방어전'을 치러 내야 하는 것도 정부 관계자들의 부담이다.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세법 개정안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제출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이 의원은 이 법률안에서 1세대1주택자를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오는 2007년 양도세 전면 실가과세를 대비해 현행 양도세율 체계를 6∼24%(현행 9∼36%)로 대폭 하향 조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제출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도 관심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는 출산률 제고를 위한 세제지원책을 담았지만 이를 통해 얻어질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논란거리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유아용 위생용품 및 모유대체식품(분유, 이유식)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자녀수에 관계없이 1인당 100만원씩 기본공제하는 현 제도를 고쳐 2인 이상의 자녀부터는 기본공제에 더해 100만∼150만원의 추가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파격' 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이 의원은 매년 연말정산시 소득이 없거나 연간 소득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인 배우자(가정주부)의 기본공제액을 현행 1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무려 12배 올리는 내용이다.
소득 없는 가정주부의 가사 노동 가치를 월100만원으로 계산해 세금혜택을 준다는 것. 일견 여성 인권신장을 위한 바람직한 세제지원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제도 확정시 연간 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제출한 세금우대종합저축 가입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도 논란소지가 많은 개정안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저축상품에 2284만6000계좌, 불입액만 137조4586억원으로 세수기반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우대혜택 확대는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이 제출한 국세기본법 개정안과 관세법 개정안은 그나마 '세금깎아주기식' 법안이 아닌 납세자 권익 신장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세환급청구권 소멸시효와 관세환급청구권 소멸시효를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각각 연장해 납세자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재경위 계류 중인 의원입법 주요 세법개정안 리스트]
(1)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대표발의
-민간기업이 사원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한 미분양주택의 매입자금을 손금으로 계상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사업연도 소득금액 계산에 있어서 손금 산입함.
(2) 소득세법 개정안-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대표발의
-토지 등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수용되어 양도하는 경우의 양도가액은 보상액 산정시 기준이 된 공시지가의 공시기준일 당시의 기준시가에 의하도록 함.
(3)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대표발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납세의무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세대 일주택 소유자는 제외함.
(4) 소득세법 개정안-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대표발의
-1000만원 이하의 양도세 과표 세율을 100분의 6,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의 양도세 과표 세율을 60만원+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12,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양도세 과표 세율을 420만원+4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18, 8000만원 초과의 양도세 과표 세율을 1140만원+8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24로 인하함.
(5)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 대표발의
-서민용 난방연료인 등유세율을 리터당 231원에서 60원으로 인하함.
(6)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민주당 김효석 의원 대표발의
-유아용 용변처리 위생용품, 모유대체식품(분유 및 이유식)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함.
(7) 소득세법 개정안-민주당 김효석 의원 대표발의
-기본공제 대상인 직계비속 수가 2인인 경우 연 100만원을, 2인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하는 인원 수에 연 150만원을 곱한 금액을 거주자의 종합소득금액에서 추가로 공제함.
(8)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대표발의
-세금우대종합저축의 계약금액총액 한도를 개인 1인당 현행 4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20세 미만인 자는 현행 1500만원에서 2250만원으로, 노인·장애인 등은 현행 6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함.
(9)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한나라당 이계경 의원 대표발의
-내국인이 직장보육시설을 취득한 경우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세액을 현행 취득금액의 100분의 7에서 100분의 15로 상향 조정함.
(10) 소득세법 개정안-한나라당 이계경 의원 대표발의
-거주자의 배우자로서 연간 소득금액이 없거나 연간 소득금액의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인 자가 공제대상자인 경우 연 1200만원을 기본공제대상으로 함. 또한 거주자가 배우자가 없는 여성으로서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이거나 배우자가 있는 여성인 경우 추가공제 금액을 현행 1인당 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함.
(11) 소득세법 개정안-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 대표발의
-사회복지, 문화, 예술 등 공익을 위한 기부금의 필요경비 산입한도를 현행 100분의 10에서 100분의 20으로 상향조정함.
(12)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대표발의
-장애인이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장애인용 차량에 공급하는 액화석유가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