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2001년 무너져 가는 벤처산업을 살리기 위해 'P-CBO보증제도(회사채 담보부증권)'를 도입했던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부실보증으로 인해 최소 1조원의 혈세를 날리게 됐고, 이로 인해 보증한 빚을 갚다가 현재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1일 "정부의 벤처기업·中企육성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보증확대를 앞두고 3월 중순부터 2개월간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한국수출보험공사의 보증지원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기보의 보증실태를 보면 총체적인 부실덩어리 였다.
감사원은 P-CBO보증의 부실원인을 무리한 보증공급계획을 수립한 후 다수의 부실기업을 보증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방만하게 운용하고도 사후관리조차 소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조원의 보증규모에서 감독당국인 재경부의 승인도 받지 않고 2조원으로 규모를 늘린 기보는 실적에 급급, 지원대상 건실 벤처기업이 없자 부실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무작위로 늘렸다.
당시 기보 이사장인 이근경 현 전남 정무부지사는 S회계법인에서 한정의견을 받은 벤처기업에 대해 담당직원의 '요건미달'이라는 판정에도 불구 보증을 서줬다가 전액 떼이기도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이에 따라 당시 보증지원을 받은 808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409개업체가 현재 부도가 발생한 상태다. 감사원은 총체적 부실로 혈세를 날린 당시 기보 이사장인 이근경 전남부지사를 결국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눈먼돈을 받은 벤처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 감사원에 따르면 벤처기업인들은 기보의 사후관리 미숙을 틈타 지원금으로 부동산이나 골프회원권 취득, 주식투자나 대주주 대여금으로 유용했고, 심지어 보증사고 전후 해외이민을 떠나거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감사원은 "기보가 P-CBO를 통해 날린 돈이 지난 5월 20일 현재 8046억원"이라며 "연말까지 계속해서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혈세로 날릴 돈은 줄잡아도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공적자금의 적정투입을 둘러싼 논란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