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언제까지 공회전만?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 당원이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일명 드루킹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여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 지원을 중심으로 한 추경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추경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이달 내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야 정쟁으로 인한 국회 공전으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의 4월 국회 처리가 불발될 형편에 처했다.
청년일자리·고용위기 지역에 필요한 재원인 추경이 국회에 제출 된지 2주일 넘게 흘렀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조작 사건이 터져 정국이 얼어붙어버려 국회 일정 정상화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지만 정부가 나름대로 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일자리 처방전이 지연될수록 고용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경 논의 '올스톱'
정부는 지난 6일 국회에 추경안과 세제개편안(청년일자리 대책 관련)을 제출했지만, 19일 현재까지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 추경 시정연설, 대정부질문 등도 모두 취소된 상태다.
최대 쟁점은 법적 추경 요건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경제상황이 '대량실업의 우려'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야당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시각이 짙다. 다시 말해 올해 예산안 집행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될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뿔이 잔뜩 나 있는 청년 민심을 세금으로 달래겠다는 선거용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비 전체 일자리 예산은 12.4%, 특히 청년 일자리 예산은 20.9%나 증가했는데도 청년실업은 줄지 않았다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 당원이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일명 '드루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추경과 각종 경제관련법 심사 일정이 '올스톱'이 되어 버렸다.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특검수사 등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로 넘어온 주요 안건들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로 국회 파행이 18일째다. 9000건 넘는 법안은 물론 추경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은 비상등이 켜졌고, 시정연설과 상임위, 예결위, 정책질의 심사 절차를 감안하면 오늘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며 야권을 향해 4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설득은 하고 있지만…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추경을 조속히 추진하려는 데는 취업난에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실제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실업률이 전년(4.1%)보다 0.4%포인트 오른 4.5%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2781만1000명 중 125만7000명이 실업 상태였다. 실업률은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때아닌' 선심 논란을 받으면서까지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사업장에 약 20만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 소득을 정부가 지원해 연간 1000만원 정도 올려줘서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 같은 조치로 올해 약 5만명, 2021년까지 최대 22만명의 추가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로서 국회의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정부는 이달 내 국회가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추경은 타이밍(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만큼,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땐 정책효과도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범정부 추경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4월 국회에서의 추경 통과에 총력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관계 장관들도 추경 설득에 팔을 걷어부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여야 지도부를 찾아 추경 통과를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29일에 이어 세 번째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경제관계 장관들까지 동행한 행보였다.
하지만 추경 찬반 논쟁이 아닌, 추경 자체가 주요 이슈에서 밀린 상태이기에 설득작업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남북·북미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도 기다리고 있어 추경안 처리는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