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 "은행 근로시간 단축 올해 도입 논의할 것"

"채용 모범규준 다음 달 발표…은행 채용규모 예년 이상 될 것"

"은행 점심시간 업무 중단,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아"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3일 "은행권 근로시간 단축을 올해 7월부터 도입할 수 있을지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김 회장은 이날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께서 은행권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도입을 올해 7월 1일로 당길 수 없느냐고 말씀하셨다"며 "가능한지, 어떤지 노조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300인 이상 업체는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다만 금융업은 그간 특례업종임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을 내년 7월로 유예받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김 장관이 시중은행과 간담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솔선해달라고 당부하며 은행들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인천공항 은행 지점 직원들은 2교대 근무를 할 것이다. 이런 특수직종에 대해서는 유연근무제, 탄력 근무제 등에 대한 이해도 넓어져야 하지 않나"라며 주 52시간 도입 시 대체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마련은 다음 달을 넘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5월 중 초안을 마련해서 6월 이사회 때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용규준 마련 작업이 늦어지면 하반기 채용이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에 "빨리 작업해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올해 은행권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 이상으로 직원들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채용 비리를 불러온 내부 임원 추천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없애야 한다"며 "신입 공채는 누가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은행권 채용 공정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금융노조에서 점심시간에 창구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건의를 임단협 안건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는 "국민 정서 부분과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점심시간 이용해서 은행 업무를 보는데 점심시간에 은행이 일괄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최근 임지원 JP모건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을 은행연합회가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으로는 다양성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금통위원들 대부분이 교수님들"이라며 "금통위원으로 첫 번째는 시장에서 활동하고 시장을 아는 사람, 두 번째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분이셨으면 하는 게 평소 생각이었는데 설왕설래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종합적으로 봤을 때 선택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임 본부장이 보고서에서 올해 7월 금리 인상을 전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금통위원 자리는) 말 한마디를 하면 책임져야 하고 (임 본부장의) 본래 성격도 신중한 편"이라며 "이해충돌 방지 부분 등도 서약하고 관련 법도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가산금리 산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는 "은행별로 원가가 다를 수 있고 기대이익을 얼마나 반영할지 다를 수 있다"며 "이걸 똑같이 하면 담합인데, 은행별로 어느 정도 자율성을 두고 가산금리를 산정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하면 평균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된다"며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별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한 평균금리 공시 항목을 따로 만들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은행도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면 은행에서도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등 평생 금융권에 몸담아온 김 회장은 금융업이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소신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금융도 삼성, LG처럼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와야 산업으로서 당당해질 것"이라며 "금융, 은행 산업이 서비스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다른 산업 발전을 견인할 방법이 없나 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