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에 붙는 세금을 줄이고 유연탄은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용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등 과도한 환경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세금이 매겨지면서 에너지원간 상대적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발전용 에너지 제세부담금 체계 합리적 조정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간 에너지 세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해선 2014년 7월 이전까지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 1원의 세금도 물지 않다보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의 사용을 늘리면서 필요 이상의 과소비 문제가 발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발전용으로 소비된 유연탄은 총 7761만t이었다. 이는 국내 전체 소비량 1억1851만t의 약 65% 규모다.
석탄발전이 미세먼지 국내 발생원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2014년 7월 이후부터 개별소비세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발전연료에 매기는 재세부담금을 보면 LNG에는 개별소비세·관세·수입 부담금이 붙어 총 kg당 91.4원이 부과되는 반면, 유연탄은 kg당 36원의 개별소비세만이 부과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LNG에 비해 유연탄이 과도한 환경 부담을 유발하면서도 세제 우대를 받은 만큼, 제대로 된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짙다.
기재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측정,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발전용 에너지 제세부담금의 체계를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 유연탄과 LNG 간 상대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 결과를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연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2014년 kg당 19원에서 올해 36원으로 매년 인상되어 왔다.
유연탄의 발열량이 LN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세율 역시 절반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이번엔 환경·안전·갈등 비용 등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과세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친환경적인 LNG의 세율을 낮추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핵연료(우라늄)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내고 있는 세금인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에 더해 이른바 '원전세'까지 중과해, 이를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등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발전용 에너지 세제 관련한 연구용역 과제에는 원전 분야는 빠져 있어 실제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