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필두로 북중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시나리오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홀딩스의 회장이자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홍석현 씨가 칼럼을 통해 한반도의 앞날을 전망했다.
9일 홍 이사장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내가 북한에 희망을 놓지 않는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김 위원장의 진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앞날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한반도 운명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지난달 27일 열린 판문점 회담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며 "남북 정상이 세계 언론 앞에 나란히 서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처음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홍 이사장은 "김정은의 변화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경제 발전은 어렵다는 자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최대 압박' 캠페인이 무한정 지속할 경우 주민들의 욕구와 불만을 더는 억누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식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도 작용했다고 본다"고 북한의 현 실상을 진단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의 최대 공로자는 트럼프와 문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대북 압박과 대북 경제 재제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낸 것이 결정타였다"며 "문 대통령의 성실하고 노련한 중재 외교 역시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훌륭한 외교력으로 발휘됐다"고 칭찬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선 "김정은의 판단력과 배짱은 주목할 만하고 나이답지 않은 당당함과 의젓함도 돋보인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예의를 갖추는 등 젊은 독재자 이미지를 불식시켰다"고 극찬했다.
홍 이사장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요구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를 언급하며 "두 사람이 벌일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시간과 속도다. CVID와 CVIG의 교환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일괄 타결하고 비핵화 목표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오는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완벽한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문점 선언'을 향해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목표로 확인했지만 '핵 없는 한반도'가 함정일 수 있다"며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철거가 북한의 숨은 의도일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의 대상과 방식, 일정에 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핵화는 북·미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미·중 간 문제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미·일이 '한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비핵화에 다가가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선 "트럼프와의 담판에 앞서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서 전향적 조처를 한다는 등의 선의를 보일 것을 권하고 싶다"며 "그렇게만 한다면 트럼프도 김 위원장을 위해 비핵화 완료 즉시 대규모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최혜국 대우와 특혜관세를 적용하는 등 북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제도적 지원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 무력을 포기하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도 쉬운 일이 아닐 것, 특히 군부의 잠재적 불만을 무마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라며 "남한 내 보수 세력의 김정은에 대한 냉소와 불신의 벽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반공(反共)·반북(反北) 진영까지 끌어안아 국론을 결집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몫이다"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홍 이사장은 공자의 말을 인용해 "'신뢰가 없으면 설 수가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의심스러워도 일단 김정은을 믿고 한 번 더 마지막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판문점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냉전 구도를 해체하는 대 격랑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글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