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서 약 16년간 근무했던 장모 씨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장씨가 대한항공 여객카운터 업무를 보던 시절 대한항공 비행기 앞에서 촬영한 모습. 장씨 뒤로 예전 대한항공 마크가 새겨진 비행기가 보인다. <사진 : 장씨 제공>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에도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양주를 밀반입했다가 세관에 적발됐다는 대한항공 전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수사가 진행 중인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과 관련해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전 직원 장모씨(70)는 13일 인천대공원에서 인하대 졸업생들이 진행한 서명운동에 동참한 뒤 "1960년대 말경 대한항공 객실부를 관리하는 최모 전 이사가 양주를 밀반입한 혐의로 세관에 적발돼 구속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당시 언론 보도 등 사회적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장씨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 전 회장이 재임한 시기인 1969년부터 1985년까지 약 16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했으며, 1985년 운항부를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에서 퇴직한 후 모 건설사에서 일하다가 정년 퇴임했다.
장씨에 따르면 당시 대한항공 객실부에서 양주를 밀반입해 세관에 적발됐지만 조 전 회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담당 부서장인 최 전 이사만 구속됐다. 최 전 이사는 만기 출소한 뒤 총무부에서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고 장씨는 전했다.
장씨는 "조 전 회장이 최 전 이사가 구속된 것이 미안했었는지 최 전 이사가 형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좋은 자리를 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양주를 밀반입한 경위에 대해서는 "비행기 기내서비스에서 양주를 필요로 하니까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밀수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조 회장의 지시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일을 (지시 없이) 개인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장씨는 "(제 기억으로) 당시에는 총수 일가의 개인 물품을 통관없이 들어오는 것은 꿈도 못 꿨다"며 "항공기를 '개인 택배'처럼 사용하고 조 회장 자택에서 '비밀의 방'이 발견되는 등 현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관세청은 지난 2일 조 회장의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을 단행해 수사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사항이라 당시 근무했던 분들이 계시지 않는다"며 "관련 문서도 보존기한이 10년이라서 모두 폐기된 상태라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고(故) 조중훈 전 회장, 국적기로 제주도 '지하 암반수' 자택 운반 의혹
한편 이날 장씨는 과거에도 한진 총수 일가가 국적 항공기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씨는 "1970년도 무렵 대한항공 총무부에서 제주도의 지하 암반수를 비행기에 실어 조 전 회장의 자택까지 운반했다"며 "당시에는 지하 암반수의 운반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총수 일가가 마실 물을 회사 차원에서 운반했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이같은 장씨의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기내서비스 용도로 제주도의 지하 암반수를 채취해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수요량이 적다"면서 "당시 조 전 회장의 자택으로 암반수를 운반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장씨는 "선대 회장인 조 전 회장은 회사 경영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들인 조 회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한항공 출신이지만 지금으로써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싶지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조 회장은 대한항공 제국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고 그의 딸들은 공주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승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으려면 조 회장 일가는 당장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인하대총학생회동문협의회(이혁재 집행위원장)는 인천대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진그룹 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주최 측은 2시간 만에 5백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인하대총학생회동문협의회(이혁재 집행위원장)가 13일 인천대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진그룹 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