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에 대해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근로 의지나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일 '한국 경제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등 미래 도전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은 영역에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출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복지 지출 증가 대비 재원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 등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이 적은 조세 활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우리경제에 대해선 "주요 정책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지출 확대는 가계소득 증대 및 민간소비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투자 둔화에도 불구, 세계교역 성장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0%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등 특정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등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추가적인 규제 여부는 기 시행중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IT) 규제 효과를 분석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적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진단하면서도,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최저임금 추가 인상규모를 결정하기 전에, 올해 16.4% 인상의 영향을 평가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있는 기초연금의 규모는 추가로 증액하고, 지원대상은 절대빈곤 노년층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노년층 상대빈곤율이 45.7%로 OECD 최고수준에 이르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보고서는 "한국의 평균 대기질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배출권거래제도를 비롯해 환경 관련 조세를 강화하고, 전기료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 경고
OECD는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은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기업 집단의 개혁을 강조했다.
우선 기업가정신과 창업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초래해 경쟁과 효율성을 저해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총수수일가가 낮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고,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정치·언론·법조계까지 확대되어 부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에 "혁신과 포용적 성장을 위해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중소기업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리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선 "대기업 위주의 전통적 성장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혁신의 동력으로 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은 중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성장과 고용창출이라는 정책적 목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하고, 생태계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역동성 강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시스템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 기술금융 대출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