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조세심판원에서 내린 심판결정에 대해 항소권을 갖은 부분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세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면 납세들로서는 그만큼 협력비용이 늘어 부담으로 다가오기에, 납세자 구제권리라는 심판원의 설립 취지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후적 권리구제인 국세청의 심사청구,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를 심사청구로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복잡한 조세불복 체계를 단순화 시켜야 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납세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국세청 산하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마련된 '2018년 국세행정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조세불복제도 체계에 대해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회가 펼쳐졌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에 국세청이 '항소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2016년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세법개정 건의안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국세청은 건의서에 조세심판원이 과세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인용결정을 내린 사례까지 넣으며 입법화 작업에 주력했다.
서보국 충남대학교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조세불복제도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감독권이 없는 행정심판기관의 재결에 대한 처분청의 소송불복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용결정이 유사의 대량사건에 미치는 세수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도입의 주된 논거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립적인 심판소를 운영하는 있는 영국의 경우 행정 불복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납세자 권리구제제도 운영 실태와 합리적 개선방안'을 발제했으며, 이 보고서는 불복절차의 간소화, 조세심판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심판청구를 심사청구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리구제기관이 외부에 있기에 자기시정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박 교수는 "비상임심판관 제도를 상임심판관제도로 전면 전환하고, 심판관의 자격요건을 법관에 준하는 정도로 엄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심판 결정에 책임성을 더 지우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조세심판의 항소권을 부여하는 개선책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김완일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처분청이 불복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용결정에 대해 소송으로 이루어진다면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납세자 권리구제제도가 뒤쳐질 것"이라며 "처분청에 제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심판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도 "처분청 이의제기권을 도입할 경우 과세관청에 항소로 심판원의 근본 취지가 무너질 우려가 있고, 재결에 기속력 취지에 비춰 항소권 도입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처분청의 항소권 인정의 근거로 심판기관의 감독기관 부재를 드는 것은 논거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중복 운영되고 있는 행정심의 비효율성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다만 이 기능을 처분청으로 옮기는데 있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으며, 통합시기가 이르다는 반응도 있었다.
김중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심사청구와 심판청구 통합문제에 대해서는 중복적 행정심을 두는 것은 비효율이 있어 통합하는 것이 맞다"면서 "처분을 행한 행정청에서 주관하는 것은 옳지 않고 독립된 기관인 심판원에서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완일 부회장은 "선진국에 권리구제기관이 통합된 곳이 많다는 이유로 심사청구, 심판청구 통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납세자들이 공감할 때 통합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수 교수도 "절차 통폐합 문제에 있어서는 심사청구와 심판청구의 어느 하나로의 통합보다 단기적으로 각 절차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무리한 통합이나 소속변경은 기관 이기주의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나, 내부 분위기를 감지해볼 수 있는 대목도 보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조세불복 절차를 처분청이 국세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김석환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조세불복제도)20년 간 운영을 해보니 조세심판원 비대해졌다. 심판원 자기통제기능이 미약해졌다는 국세청의 생각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개편논의는 필요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과세관청 내 재결기관을 두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소권 부여 입법 또 추진될까?
국세행정포럼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곧바로 정책 추진에 반영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2015년 국세행정포럼을 들 수 있다. 당시 포럼에선 '부가가치세 대리징수제도' 도입이 언급됐으며, 이듬해 기획재정부가 수렴하면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겼다. 이 제도는 2019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보여 왔듯이 올해 국세행정포럼에서 논의된 주제를 두고 입법 추진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세심판결정에 대한 처분청의 항소권을 부여한 부분은 이미 국회 논의과정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있어 재차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사청구로 심판청구를 흡수시키는 부분도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국세청의 내부 조직을 감안할 때 중립적으로 불복청구를 심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심사청구 심판청구 통합은 민감한 문제다. 조세심판제도는 과세당국에 자기시정 기능과 납세자 권리구제도 있는데 방점은 권리구제"라면서 "이를 통합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처분청에 항소권 부여에 대해선 "국세청 입장에서 심판원의 인용 결정났을 때 이의제기권 생기면 대부분 이의제기 안하겠는가. 납세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국세청에 불복권한 주게 되면 4심제가 되면서 납세자 비용과 많은 요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이어 "심판원이 외부기관이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총리실 산하기 때문에 감독권한이 없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