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추진키로
한국당, 지방선거 참패 후 대북정책 관련 기류 변화 감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청와대 제공)
26일 여야가 국회 정상화 절차를 밟아가는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선 '판문점 선언'이 법적 효력을 얻게 될지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정부·청와대와 가진 당정청 회의에서 4·27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 비준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는 문재인 대통령도 누차 강조해 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2002년과 2007년 두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맺은 합의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사실상 사문화됐던 전례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 법제처, 7월 중 검토 결과 발표 예상
이 점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 5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문점선언에 대한 발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당시 밝힌 국회 비준 동의 절차는 '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국회 동의-대통령의 비준 공포' 순이다.
현재 법제처는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동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25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검토 상황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라며 "7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제처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남북관계법률에서 규정한 재정적 사항 등의 포함 여부가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대해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재정부담의 여부나 규모 및 방법을 확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회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 민주당, 표 대결 보다 '합의 중시'
만약 판문점 선언이 법제처 검토를 통과한다면 그 이후의 운명은 '정치의 영역'이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은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 재적의원 과반의 출석과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일단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범여권에 해당하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3인, 정의당 의원 및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하면 157석까지 확보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표대결을 떠나 국회 비준동의 의미를 고려하면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도 이를 고려해 비준동의안은 물론, 지난 5월 한차례 무산됐던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도 무리해서 강행하지 않고 최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통화에서 "지난번 협상이 실패할 때와 달리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잘 마친 분위기"라며 "야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 한국당 입장 변화가 '관건'
이 가운데 지방선거 참패 이후 나타난 한국당의 기류 변화는 비준 동의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등을 두고 '위장 평화쇼'라고 하던 한국당이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남북관계 관련 비판 수위를 현저하게 낮춘 것이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열린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냉전 반공주의를 떠나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대화 모드에서 평화를 바라는 민심을 읽지 못한 채 무리한 반대를 한 게 선거 참패의 한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향후 판문점 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에 붙은 불을 끄기 바쁜 상황에서 아직 정책 관련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남북·미북 관계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과거에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들이 원하거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면 기존 입장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지난 5월 8일부터 이틀간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2%가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22.6%에 그쳤다. (유무선 전화조사 방식,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3.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