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구사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늘 화제가 되곤 했다.
취임사, 신년사,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등 의미있는 자리에서 던지는 사자성어는 국세청장의 국세청 운영철학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이에 국세청장 스스로도 어떤 사자성어를 통해 국세청 내외부에 메시지를 던질 지 여부를 놓고 고심한다.
지난해 6월29일 취임한 한승희 국세청장이 선택한 첫 사자성어는 '공재불사(功在不舍·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였다.
2만여명의 국세공무원에게 공재불사의 자세로 노력해 공정한 세정을 구현하라고 주문한 한 국세청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화두가 된 '공정'과 '정의'의 뜻을 담은 사자성어를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 '정치 세무조사'에 대한 국세청의 자기반성과 시정의 목소리는 물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쇄신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빗발치던 시기였다. 이에 한 국세청장은 공재불사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공정세정' 구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한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렸던 지난해 8월17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 등장한 사자성어는 '마부위침(摩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뤄진다)'이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각오로 다 함께 정진하자"고 당부한 한 국세청장은 하반기 국세행정방향을 천명하는 자리인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정치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까지 내뱉었다.
세무조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국세청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파격발언을 국세청 안팎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정치 세무조사 점검 발언과 더불어 국세행정의 중립성을 요구한 한 국세청장은 직원들에게 '마부위침'을 얘기하며 국세행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한 국세청장은 '동심동덕(同心同德·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쓰고 노력한다)'과 '개성포공(開誠布公·진심을 다하고 공정한 도리를 베푼다)'이라는 사자성어를 던졌다.
대내외 경제불확실성으로 세수여건이 녹록치않고 늘어나는 세정수요를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하면서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동심동덕의 자세로 함께 나아간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며 직원들을 다독인 것이다.
또한 '소통'을 강조하는 한 국세청장답게 업무에 임할 때나 납세자와 소통함에 있어 개성포공의 자세로 진실된 마음을 열고 공정한 세정을 펼쳐나가자고 당부하는 등 해가 바뀌어도 공정세정에 대한 주문은 계속됐다.
최근 마지막으로 사자성어를 던진 것은 지난 1월31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였다.
'지자이렴(知者利廉·지혜로운 자는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과 '전심치지(傳心致志·오직 한 마음을 가지고 한 길로만 나아간다)'라는 사자성어로 올해 국세행정방향을 설명했다.
지자이렴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말한 것으로 한 국세청장은 이를 인용해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 청렴이 아니라 공사 구분없이 평소 생활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길로만 나아가라는 뜻의 전심치지는 신년사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납세자와 소통할 때는 진심을 다하라고 주문하면서 지속적인 혁신 노력을 하라며 "전심치지의 자세로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맡은 바 임무에 정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