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가 정부에 권고한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과세의 공평성을 제고한다는 방향성은 맞지만, 거래세 등은 놔둔 채 보유세 만을 건드린다는 재정특위의 권고안은 집값을 잡겠다는 단순 목적의 '증세(增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정특위가 제안한 종부세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소세율 상향을 골자로 한다.
현재 종부세는 실제 가격의 약 70%로 책정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한 것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삼는데, 재정특위는 이 공정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올리도록 권고했다.
또 종부세율을 0.05~1%포인트 상향하라고 주문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비율로 인해 실제 산출세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율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공시가격이 매년 시가에 연동, 인상(또는 인하)되는 것을 고려하면 결정주체는 다르지만 공시가격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중복되는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같이 올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세율의 성격을 지닌 두 항목을 동시에 인상하는 조치이므로 대단히 부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그는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종부세 인상은 다주택자에 한정해 단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 급등 시 조세부담의 적정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그럼에도 급등 시에는 비율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려 이를 증세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이 비율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종부세법의 핵심적인 것을 담고 있는 종부세법 1조에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고 새겨져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참여정부가 내세운 이 조세정책 기조가 이명박 정권에서 바뀌었고 소위 '나쁜 세금'으로 포장되면서 과세 수위가 대폭 낮추어졌다. 그러나 재정특위의 권고안이 이를 정상화시키는데 부족하다는 의견을 홍 교수는 내놓았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MB정부 당시 종부세 과세기준금액(1세대1주택)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리고 세율을 낮추고 공제제도까지 도입해서 세부담이 상당히 완화됐다"며 "현행 종부세보다는 강화됐지만 MB정부 완화됐던 것보다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약한 보유세 개편안으로는 정부가 목적하고 있는 투기열풍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특위가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기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 세부담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불구, 다주택자 중과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부분은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재정특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부동산 투기자에 대해 소극적이고 미흡했다"며 "특히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의 60% 정도에 불과한 현 시점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해도 과세표준 현실화는 요원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방지에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방안은 종부세율을 더 인상하되, 2주택자 보다는 3주택자의 세율을 높게 인상해 장래의 투기세력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재정특위가 제시한 권고안을 보면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시장에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3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좀 더 강한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대안으로 주택가격상승률이 반영된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다주택과 조정대상지역 외 다주택에 대한 차등세율 적용, 다주택자 중 3주택과 5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을 구분해서 과세,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이연제도 도입 등을 들었다.
투기 세력을 막으면서 실수요자에게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사실 설득력 있는 비판은 '미실현 소득'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심각한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부분이다. 최원석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유세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라면서 "보유세 개편은 종부세 개편의 좁은 문제가 아니고 재산세 개편, 그리고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개편과 같은 거래세 개편과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단기적인 관점에선 시장 안정화, 장기적으로는 투기자본 근절, 세입확보라는 정책 방향을 띄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 인상만으로 규제를 가할 땐 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는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용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 "재정특위가 부동산 거래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보유세에 대해서만 거론한 것은 합리적이지 못했다"며 "부동산 관련 세제의 합리적 조정이라기보다 집값 잡는 단순 목적의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창남 교수도 "현재 다주택자의 퇴출을 위해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세율을 완화해야 부동산 거래가 증가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금으로 인한 봉쇄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충진 교수 역시 "부동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주재택의 확대방안, 아파트 권설원가 공개 확대 방안 등을 비롯해 취득세를 포함한 거래세의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시나리오가 빠른 기간 내에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