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받지 않은 채 쓰인 국회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공개돼 파장을 낳고 있다. (본회의장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감시받지 않는 '제2의 월급'처럼 쓰여온 내역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참여연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국회는 참여연대로부터 특활비 지출내역 공개 청구를 받고 국익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비공개 취소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지난달 29일 지출결의서 1296건을 참여연대에 제공한 바 있다.
국회 특활비는 ▲의정활동 지원 ▲위원회 운영 지원 ▲의회 외교 ▲국회 사무처 기본경비 등의 항목으로 나뉘며 기본 취지대로라면 사용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사용처에 대한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가 아닌 탓에 '깜깜이 예산'으로 쓰여왔다는 지적이다.
박근용 집행위원은 이날 회견에서 "(국회 특활비는) 사용처가 발생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지급"됐다며 "영수증 증빙자료의 생략이 가능하게끔 한 것이 '시궁창 현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섭단체대표 월6000만원·상임위원장 600만원 꼬박꼬박 지급
참여연대는 이번 자료와 관련해 "특활비가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마치 쌈짓돈처럼 아무 감시와 통제 없이 사용돼왔다"며 "국회의원에게 제2의 월급"과도 같았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에게 특수활동 수행 또는 위원회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지급했다. 매달 나간 특활비는 교섭단체 대표 약6000만원, 상임위·특별위원장 약600만원에 달했다.
예결특위와 윤리특위의 경우엔 회의가 열리지 않는 달에도 매월 위원장에게 600만원이 정기적으로 지급됐다. 또 법사위원장의 경우 일반 상임위원장으로서 받는 활동비 외에도 매월 1000만원을 별도로 수령해 간사와 위원 및 수석 전문위원들이 나눠갖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법사위에 유독 특활비를 추가로 지급할 이유는 없다"며 "위원회 활동에 예산이 필요하면 정책개발비 또는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하고 내역을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 '정체 불명' 수령인에 거액 지급…국회의장도 불투명한 사용
국회가 밝힌 3개년 자료에서 특활비를 한번이라도 지급 받은 국회 관계자는 298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중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받은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 경비)'로 ▲2011년 약18억 ▲2012년 약20억 ▲2013년 약21억에 달하는 특활비를 수령했다
이는 전체 국회 특활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한 액수다. 그럼에도 해당 금액을 인출한 인물은 물론 어떤 명목으로 지출됐는지도 밝히기 어려워 말그대로 '깜깜이'로 남은 상태다.
서복경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의원들이 정책개발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백만원가량을 나눠썼다는 풍문이 있으나 자료가 없다"며 언론사도 추가 취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도 특활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5차례에 걸쳐 28만9000달러를, 강창희 전 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000달러를 지급 받았다. 참여연대는 "한차례 해외 순방에 특활비 5~6만달러를 지급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과도"하다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교섭단체 지원 명목으로 지급된 특활비가 중복 배분된 점도 발견됐다. 또한 의원 연구단체에도 매년 5억원여의 특활비가 책정됐다. 참여연대는 "연구단체 관련 활동에 기밀유지를 전제로 하는 특활비를 지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잘못된 관례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1-2013년도 국회 특활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의 첫 페이지 (사진=참여연대)
◇ 참여연대 "특활비 전면 폐지해야…2014년도 이후 내역도 공개 촉구"
3년여의 소송을 통해 자료 공개를 이끌어낸 참여연대는 이날 국회 특활비는 전면 폐지돼야 한다는 결론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국회에서의 활동은 국민에게 공개되고 평가받아야 한다"며 "그 어떤 관리나 통제도 받지 않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자료에 포함돼지 않은 2014년 이후 내역에 대해서도 국회의 즉각 공개를 촉구했다.
유성진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지원기관인 만큼 원내대표단에서 공개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원내대표단의 통제를 받는다"며 "현재 원내 지도부에서 책임지고 공개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