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편향적 의도, 충분히 인식 가능"
◆…검찰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국고 손실등 혐의 재판에서 이 전 청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2억4천만원을 구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협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검찰이 징역 8년에 벌금 2억4천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이 전 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등 손실)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해 "피고인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징역 8년에 벌금 2억4천만원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 사업은 국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에 따라 진보세력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전 대통령을 흠집내려는 목적이었다"며 "이 전 청장은 이처럼 국정원이 의도를 갖고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파헤치려 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국제조세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박윤준 전 차장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 전 원장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을) 국세청이 나서서 밝혀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비자금 추적이 국정원의 업무범위인지 여부는 상식 수준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청장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1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 전 청장은 뇌물 수수를 극구 부인하지만 관련자들은 법정에서 모두 뇌물 당시 상황을 인정했다"면서 "이들이 피고인을 억울하게 만들 목적으로 증언할 동기를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청장 측 변호인은 "이 전 청장의 국고 손실 혐의에 대해 원 전 원장과 이 전 청장의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전 청장은 국정원 예산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몰랐고, 따라서 국정원의 비자금 추적 사업 과정에서 이 전 청장의 가담 정도는 지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정보가 아주 허무맹랑한 사실이 아니라면 풍문이 있을 경우 확인하는 것이 국가기관의 책무"라며 "검찰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전 단계에서의 정보수집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 이 전 청장을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북공작국장과 박 전 차장의 법정 진술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사실관계에 배치돼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이 전 청장은 "국세청장으로서 조직에 누를 끼쳐 후배들에게 부끄럽고 심정이 참담하다"면서도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선 떳떳한 만큼 재판부에서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또 재임 시기인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해외 정보원에게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손실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알려진 DJ비자금 소문 추적 작업 과정에서 해외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진행된 이 전 청장의 재판에서는 국정원과 국세청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 전 차장은 ""김 전 대북공작국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이 전 청장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면서 활동자금이라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증언했고, 김 전 대북공작국장 역시 "2011년 9월말경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직접 이 청장에게 대북 공작비 1억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뇌물 제공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원 전 원장의 경우 "이 전 청장에게 비자금 추적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원 전 원장은 지난 15일 국고손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5억여 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 전 대북공작국장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의혹에 공작금을 사용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청장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