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재산이나 소득을 은닉해 역외탈세를 하고자 도입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더욱 강도가 세진다. 소명요구 대상은 개인에서 법인으로 확대되고 과태료 부과와 형사처벌을 동시에 받을 경우 과태료는 전액 취소해주던 규정도 손질됐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란 매월 말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예금,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계좌에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이 있었다면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것(매년 6월)으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미신고시 해당 금액에 대한 소명 의무가 부과되고 과태료 부과, 명단공개, 형사처벌 등 다양한 제재가 가해진다.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1년 신고인원 525명·신고금액 11조5000억원에서 매년 신고인원과 신고금액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1133명이 61조1000억원의 금액을 신고했다. 내년부터는 신고금액 기준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신고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합리화를 위해 외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실질 소유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신고 소명 요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과태료와 벌금을 모두 부과될 경우 과태료를 전액 취소하는 내용을 손질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의 외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의무자는 내국법인이며 신고요건은 외국법인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100% 소유한 경우다.
개정안은 신고의무자를 내국법인에서 거주자 포함으로 개정해 의무신고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신고요건을 특수관계인 보유분을 포함해 외국법인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100% 소유하는 것으로 개정해 대상을 명확히 했다.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해당 금액에 대해 소명해야 하는 대상은 현재 개인에 국한되어 있지만 내년부터는 법인도 소명요구 대상에 포함된다.
소명기한은 소명 요구일로부터 90일 이내로 60일 내 1회 연장가능하며 과태료는 미소명금액의 20%를 부과하는 등 현행 규정과 동일하다.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6억5000만원+50억원 초과금액의 20%가 과태료로 부과되지만 고의적으로 미신고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형사처벌은 미신고 금액의 20%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며 만약 형사처벌이 확정될 경우 현재 과태료는 전액 취소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벌금이 과태료 부과액보다 적은 경우 과태료 부과액 중 벌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취소하도록 하는 등 불합리한 규정도 개선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면제 기준도 조정된다. 현재는 국가 등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국가의 관리·감독기관, 다른 관련자의 신고로 해외계좌정보의 확인이 가능한 자, 단기 거주 외국인, 단기 거주 재외국민은 신고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단기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기준은 현행 '신고대상 연도 종료일 2년전부터 183일 이하 국내에 거소를 둔 재외국민'이지만 개정안은 이를 완화해 '신고대상 연도 종료인 1년전으로' 개편했다.
이는 모두 내년에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