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으로 취득한 세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변호사들의 '세무대리업무 제한'을 풀었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만든 세법조항(세무사법, 법인·소득세법)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 1961년 세무사법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변호사들이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만하면 세무사로서 세무대리 활동에는 제한이 없었다.
논란은 지난 2003년 말 불거졌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만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2004년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게 세무사 자격증은 부여하되 세무대리업무 제한이 걸린 것이다.
쟁점은 관련 세무사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였다.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A변호사가 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세무대리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을 신청했는데 거부당했다. 이후 반려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항소심 진행 중 "관련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을 제기하면서, 논란의 종지부는 헌재 손에 맡겨졌다.
올해 4월 헌재는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를 원천 금지한 세법조항이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한 것으로 판단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세법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세무사 자격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를 전면금지하고 있기에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법 조항이 효력을 잃어 입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는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가 허용되도록 법을 고쳤다. 개편안은 '세무대리업무 등록부에 등록 허용', '세무조정을 포함한 세무대리 허용'이 담겨져 있다.
이 조치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면 세무대리 업무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조세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 조세상담·자문, 세무조사 등 관련 납세자 의견진술 대리, 개별공시지가 등 이의신청의 대리,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의 확인,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이 허용되는 업무 범위다.
다만 변호사 자격의 특성을 감안해 세무대리 업무 중 회계 관련 사무인 '장부 작성의 대행',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시켰다.
2018년 1월 이후엔 변호사 자격을 갖췄더라도 세무사의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