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제공
청와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들이 나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현재 상황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시중은행에 대한 '매기 효과'를 기대하며 인터넷은행 출범을 독려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출범 1년여만에 은산분리란 규제에 묶여 대출자금을 적시에 조달하지 못하고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실질적으로 끌어 나가고 있는 산업자본인 KT나 카카오는 현재의 은산분리 제도 하에서 인터넷은행에 자금을 쏟아 부어야할 매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3의 인터넷은행 출범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KT나 카카오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늘린다해도 정부가 실질적으로 인터넷은행의 경영권을 갖게돼 '재주는 곰이 피우고 실속은 정부가 차지하는 꼴'인 셈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려 했지만 일부 주주사가 참여를 확정 짓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다.
케이뱅크는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출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출범 3개월 만에 대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으로서의 기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면 늘어난 대출 만큼 자본도 확충해야 하지만 경영권을 갖지 못하는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지만 오십보 백보 차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3000억원이었던 자본금이 두 차례 유상증자로 현재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기존 주주로부터 추가적인 자본 수혈이 쉽지 않은 것은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다.
한정된 자본금으로 대출을 하다보니 인터넷은행의 적자는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18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1045억원의 적자를 보인데 이어 올해 1분기 53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터넷은행이 거둬들인 올해 1분기 순이자이익은 케이뱅크가 74억원, 카카오뱅크가 349억원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이익이 1조4298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케이뱅크는 0.5%, 카카오뱅크가 2.4% 밖에 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에 비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청와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가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같이하고 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6일 경제신문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처럼 돼서 재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반 고객의 돈을 가져다 쓰는 것이 걱정”이라며 “재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부분의 논의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완와에 반대의사를 보여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태도가 은산분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윤 금감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국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며 특례법을 거론하기도 있다.
최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정재호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은산분리를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어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가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찬성하고 있는만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