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최근 증여세 과세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세금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더팩트.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정씨의 해외도피자금이 1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전체 자산 규모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서울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정씨는 세금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지난 6월 기각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정씨가 어머니인 최씨로부터 재산 일부를 물려받았다고 보고 과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 당국에 따르면 정씨가 세금을 부과받은 부분은 △경기 출전·연습용 말 △보험금 만기환급금 △아파트 임대차보증금 △하남시 부동산 등 크게 4가지다. 향후 행정소송에서 최씨의 자산이 정씨에게 무상으로 이전됐는지 여부에 대해 다퉈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라 말 3필 구입대금 '4억여 원' 증여 의혹
국세청은 정씨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어머니인 최씨로부터 경기용 말 3필의 구입대금 총 4억300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 당국은 "정씨가 말들을 처분할 권리가 없었음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빙서류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해외 정보교환과 금융조회내역에 의하면 말 처분대금이 최씨에게 입금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정씨가 말을 증여받았다고 봤다.
정씨의 승마를 지도했던 강사 역시 세무공무원과의 진술서 작성 과정에서 "정씨가 말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소유·점유·관리·사용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씨가 전반적으로 경제적 지출을 했으나 정씨가 실질적으로 소유·점유·사용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씨는 "말들을 교육훈련과 경기용으로 잠시 이용만 했을 뿐 처분할 권리가 없어 소유자라고 할 수 없다"며 과세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심판원은 "정씨가 말들을 대회출전시 이용한 사실이 있고, 승마지도 강사 또한 '말은 정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사용했다'고 진술했다"며 "말의 처분대금이 어머니인 최씨에게 귀속됐음을 입증할 증빙서류의 제출이 없는 점에 비춰볼때 정씨의 말에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순실이 내고 정유라가 받은 보험금
강남세무서는 최씨가 정씨를 계약자와 피보험자로 해 보험료를 납부한 사실도 증여로 봤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2004년 정씨 명의로 보험을 가입해 보험금을 납부한 뒤 2014년 정씨가 보험금 만기환급금 약 6100만원을 탔다.
과세 당국은 "최씨가 납부한 보험의 만기환금을 정씨가 수령했고, 이를 정씨의 전 남편인 신모씨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정씨가 보험금의 최종수익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씨는 "보험료 납부 등 모든 법률행위는 어머니인 최씨가 혼자 행한 것"이라면서 "최씨의 개인비서가 어머니와 전 남편의 계좌로 보험금을 각각 이체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최씨가 보험금을 실수령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원은 이에 대해 "정씨가 자신의 계좌로 보험금 만기환급금을 수령했다"며 "또 정씨 계좌에서 전 남편의 계좌로 보험금이 입금됐다가 전 남편이 약 4개월 20일이 경과한 시점에 최씨의 비서로 돈을 보낸 점 등에 비춰보면 국세청이 과세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해석했다.
◆…정유라씨가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말의 실소유자와 재산 처분 권한에 대한 법리 공방이 전망된다. 사진은 정씨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에 출전한 모습. 사진=더팩트.
국세청은 최씨 모녀가 잠시 살았던 아파트의 보증금도 정씨 소유라고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최씨 모녀는 2016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750만에 계약했다가 최씨의 구속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최씨 모녀가 집주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1억20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정씨는 "어머니(최씨)가 언론기관 등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족이 임시 거주할 주택이 필요해 월세계약을 체결했으나 어머니의 명의로 계약이 어려워 자신의 명의로 계약했다"며 "이후 어머니에게 급박한 사정이 생겨 계약을 해지했고, 보증금 반환금액은 어머니의 계좌로 입금됐으므로 어머니가 보증금의 실소유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정씨가 청구한 과세전적부심사 이후 보증금반환소송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에서 최씨의 계좌로 보증금이 송금됐다"며 "최씨 계좌에서 출금된 금원이 실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확인되지 않으므로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남시 부동산, 재산가액 과소신고?
최씨 모녀가 구입한 경기도 하남시 소재의 부동산도 증여세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최씨 모녀는 2016년 2월 하남시 하산곡동에 위치한 토지 223평(773㎡)과 84평(280㎡)의 대지 및 건물 72평(240㎡)을 사들였다. 이후 정씨는 토지 취득가액을 최씨로부터 현금 증여받은 것으로 신고·납부했다.
국세청은 최씨 모녀가 취득한 부동산의 재산가액을 과소신고했다고 보고, 거래가액을 2억6600만원으로 계산해 세금을 부과했다.
과세 당국은 "최씨의 자금으로 하남시 토지와 주택이 취득됐고, 증여재산가액을 낮추기 위해 임의로 거래가액을 정해 계약했다"며 "안분계산한 가액과 30% 이상 차이가 있으므로 증여세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심판원은 "최씨 모녀가 취득한 토지와 주택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하고, 정씨가 총 거래가액 중 토지의 가액을 낮게 함으로써 증여재산가액을 과소신고했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소송 전문 A변호사는 정씨의 증여세 소송과 관련해 "현행 민법상 '소유'의 의미는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뿐만 아니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며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정씨의 처분 권한 여부에 대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