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정계산서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 모법 위임 벗어나 무효"
◆…서울행정법원 전경.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조정반 신청을 거부한 국세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조정반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때 국세청이 해당 세무사를 지정하는 제도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정영대 변호사가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조정반 지정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이 정 변호사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무효인 관련 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조항에 근거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한 세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판결로 서울고등법원 역시 지난 6월 국세청에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등록갱신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앞서 정 변호사는 2008년 세무사 자격증을 교부받고 세무조정계산서 및 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돼 세무조정업무 등 세무대리 업무를 해왔다.
이후 정 변호사는 2013년 세무대리 업무 등록 갱신을 신청했으나 직권 취소돼 이듬해 세무사들과 함께 국세청에 조정반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규정을 근거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은 정 변호사를 조정반 구성원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통지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변호사가 세무사 또는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은 위헌이기 때문에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관련 세법 조항(법인세법 시행령 97조 9항·소득세법 시행령 131조 2항)은 세무조정계산서 등을 '세무사'가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 변호사인 원고는 세무사 자격이 있어 법령에 규정된 '세무사'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구 법인세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법인의 경우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세무사법 20조의2에 따라 등록한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 포함)가 작성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조정반 신청을 거부한 국세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관련 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조항은 무효이므로 국세청이 정 변호사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정 변호사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인세법(60조 1항·2항 2호)과 소득세법(70조 1항·4항 3호)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신고의무 및 세무조정계산서(조정계산서) 제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시행령의 경우 조정계산서는 세무사가 작성하되 세무사 요건은 기획재정부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행규칙은 외부세무조정 대상자의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대상을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은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로 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같이 세무조정을 규정한 법률과 관련해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시행령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를 규정한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며 "따라서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의해 규정된 시행규칙 조항 또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납세신고에 앞서 외부세무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기본적 내용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 세법 조항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법률의 시행령의 내용 또한 세무조정계산서 등의 형식 및 실질적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그 작성 주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최근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법(법인세법 60조 9항·소득세법 70조 6항) 조항에 대해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했다"면서 "따라서 정 변호사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2004년부터 2017년 말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 등록부 등록을 허용하고 세무조정을 포함한 세무대리 업무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