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부동산 안정화'와 '시장 침체'라는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부담을 높임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것이라는 주장, '거래세 인하' 없는 보유세만 인상을 추진하면서 고가·다주택자들의 퇴로가 막혀 이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과 관련한 세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든 나쁘든 세금을 통해 부동산을 통한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고은경 중부세무사회 연구부회장(세무사)은 "보유세의 경우 실제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 매년 세금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큰 세목이다. 때문에 보유세 인상에는 그만큼 신중성이 기해져야한다"면서 "향후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의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동반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액 임대소득(2000만원 이하)을 올리는 집주인들에 대한 과세가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부분에 있어선 조세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주성 한국세무학회 부회장(공인회계사)은 "그동안 주택 임대소득은 소득 파악 문제와 세부담 전가 우려 등으로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로 과세 연착륙뿐만 아니라 효과적 세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언제나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데 있어 세제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신성장 산업 육성과 관련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세액공제(신성장동력·원천기술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요건 문턱이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제한적인 기술의 범위라든지 종업원 수 유지 등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고용을 담보로 한 세제지원 효과에 있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하반기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확대, 신사업 발굴·육성 등을 위한 세제지원이 절실함에도 이런 부문을 지원하는 정책이 눈에 띠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효과적인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다. 일자리창출은 민간인 기업중심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업 살리기를 위한 대폭적인 세제지원이 없었다"며 "구체적으로 법인세율 및 최저한세의 인하, R&D투자에 대한 세제혜택확대 등이 미약했다"고 지적했다.
매년 명칭만 바꿔 세제지원 폭을 확대하고 있는 부분을 두고, 정책 검증 없는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매년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고용 및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이름과 내용이 약간씩 변하긴 했지만 항상 존재했다. 기업의 연구개발 등과 관련한 세제지원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세지원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정책이 운영돼야한다"고 말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22일 8명의 조세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부 세법개정안에 담겨 있는 종합부동산세제를 비롯해 기업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전문가 의견 전문(가나다순)]
Q. 종부세의 공정가율·세율 단계적 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2000만원 이하의 소액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작동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고은경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
=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보유세의 경우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 부담액에 대해 민감하다. 아무런 수익도 발생하지 않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 매년 세금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큰 세목이다. 특히 고정적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은퇴자나 고령자의 경우는 보유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 정책의 어려운 점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과 부과되는 시기에 시차가 있어서 부동산가격의 변동이 심한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납세자들이 막상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하는 때에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경우도 있어서 납세자의 조세저항은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에는 그만큼 신중해야 하며, 보유세를 인상하고자 한다면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의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방안은 부동산 자산가 보다는 세입자 등에게 전가되어 소득재분배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 부분에 더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세무사)
= 이번 개편안은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서 과세형평성의 원칙에 입각해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택의 공시가격 인데 이미 이전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인해 주택의 공시가격을 시가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많이 상승한 상황에서 공정시정가액비율까지 높아지고 설상가상 세율도 인상되어 종합부동산세 해당자는 갑작스런 세부담 증가에 봉착할 것이다. 특히 3주택 자 이상의 경우 1주택 자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0.3%포인트 추가 인상되어 그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 박주성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공인회계사)
=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과세 연착륙뿐만 아니라 효과적 세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주택 임대소득은 소득 파악 문제와 세부담 전가 우려 등으로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세금 및 건강보험료 경감 등을 통해 세 부담 전가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과세 연착륙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소득파악으로 향후 주택세제 정책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판단한다.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부동산과 관련한 세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든 나쁘든 세금을 통해 부동산을 통한 투자수익율을 떨어뜨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또 주택만이 아니라 토지의 경우는 어떻게 할지, 종합부동산세의 대상은 아니지만 비(非)거주용 건물은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종합부동산세 증가 개편은 부동산 간 보유단계의 세부담 격차 문제를 가져 올수도 있다.
□ 안창남 강남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으로 부동산투기가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부유세 도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액 임대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과세하는 개편 방향에 대해선 동의한다. 언제나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Q. 연구개발·설비투자·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투자와 고용은 재정투입 대비 효과가 있을지.
□ 고은경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
= 근본적으로 연구개발, 설비투자, 고용의 증가를 조세지원을 통하여 유도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세법에는 이와 관련된 조세지원제도가 많지만 실제 활용은 미미하다. 그 이유는 조세지원을 받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고용을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및 고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조세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세법에 따라 조세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은 투자 및 고용의 여력이 없어서 적용받지 못하고, 대기업은 투자 및 고용의 여력이 있으나 세법상 조세지원의 대상이 되지 않아서 적용받지 못했다.
그동안 주로 중소중견기업에 한정하여 적용하던 연구개발 및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대기업에도 대폭 확대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있겠지만 사실 연구개발이나 투자 및 고용의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세제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매년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고용 및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이름과 내용이 약간씩 변했지만 항상 존재해왔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피드백 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특히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신설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몰이 연장되고 요건이 완화되는 쪽으로 개정안에 반영되어 있다. 연구개발과 관련한 세제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중장기적으로 조세지원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세무사)
= 이번 연구개발·설비투자·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는 해당 기업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청년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해당 기업이라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효과는 의문이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현재 설비투자는 1월 대비 약-11%, 제조업 취업자 수 1월 대비 약 -23%로써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고 그에 대한 일자리 관련 조세지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제지원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또 기업세제개편에는 소기업 중에서도 영세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혜택대상이 아니다. 영세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점은 아쉽다.
□ 박주성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공인회계사)
=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청년친화기업에 대해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청년은 고용을 통해 쉽게 사회생활을 배우고, 자아를 실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하는 긴박한 사정을 고려하면 환영할 만하다.
고용증대세제를 청년 중심으로 재편, 지원확대에 대한 효과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운용에 있어서 고용증가율의 연도별 비교를 할 때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인위적인 비(非)청년과 청년 간 고용대체나 세액공제를 받기위해 인위적으로 고용율을 조작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해 정부의 추가 정책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해당 세제지원은 대기업에 그 혜택이 많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재분배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어찌 보면 굉장히 부담을 갖고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법인세 세율을 인상한바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기업이 억눌려 있는 것을 고려한 것 같다.
다만 현재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조금 넓혀주는 것만으로는 걷을 세금만 확실히 줄고 세제혜택에 따른 투자, 고용 확대 효과는 거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투자하는데 돈 들고 고용 한번 늘리면 지속적으로 돈이 드는데 현재 개정안의 세금 혜택을 받기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릴지 의문이다.
또 신성장기술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추가됐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명확한 개념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각자가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먹거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확실히 세제를 비롯해서 지원을 하고 지원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안창남 강남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 연구개발 세액공제는 동의하나, 고용세액공제가 있다고 해서 기업이 고용을 늘릴지는 의문이 든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정부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효과적인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다. 일자리창출은 민간인 기업중심에서 이루어 져야 하는데, 기업 살리기를 위한 대폭적인 세제지원이 없었다. 법인세율 및 최저한세의 인하, R&D투자에 대한 세제혜택확대 등이 미약했다는 평가다.
Q.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이 있는지.
□ 고은경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
=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가산세 인하 및 가산금과의 통합과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가산세로 전환하고 인하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환급가산금 이자율에 비해 여전히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은 높은 수준이다. 향후 세법개정 때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하다.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50%의 과태료 부과는 가산세로 전환되면서 20%로 인하하기로 한 것도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한 조치로 생각된다.
좀 더 세분화해 매출신고는 하고 현금영수증만 미 발급한 경우와 매출신고 자체가 누락된 경우를 구분하여 전자는 10%, 후자는 20%로 건의하고자 한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명의를 빌려준 자에서 실제소유자로 납세의무자를 변경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과 관련한 개정안이다. 그동안 학계에서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실제 소유자가 아닌 명의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고, 납세의무자가 실제소유자로 변경되면 명의를 빌려준 자와 실제소유자 간의 담합이 깨질 수 있어 과세 실효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함에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와 관련한 개정안이 빠진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세무사)
= 납부불성실가산세 인하다.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연10.95%였으나 연9.13%로 낮춰졌다. 환영할 일이기는 하나 아직도 이자율이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더 낮추거나 그렇지 않다면 한도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과태료 공급가액50%를 가산세 20%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개정안이라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높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명의신탁 증여의제 시 증여세 납부의무자를 명의자에서 실제소유자로 변경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긍정적이다. 차명에 따른 이익의 귀속을 생각한다면 명의자보다는 실제소유자에게 제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안이 눈에 띈다. 현재 자동차산업이 내수, 수출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는 민간소비 비중도 높고, 일자리에 미치는 직간접 영향도 크기 때문에 지난 5월에 한경연에서 내수활성화 차원으로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완화하자고 건의한 바 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에 더해 자동차 업체의 할인마케팅까지 더해질 경우,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를 회복시키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