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정상회담 앞두고 여야 극명한 온도차…"참여vs들러리 안돼"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 당 정당 대표들이 5일 오후 서울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손을 맞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이정미 정의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 김용진 기자]

청와대가 오는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한 가운데 방북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제 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참여를 거부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0일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대통령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총 9명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국회 정당 대표로 초청했다.

청와대의 초청에 민주당은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회의장단과 각당 대표들이 이번 방북단에 함께하는 것은 남북화해 협력과 평화의 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국회 및 정당 대표 모두 동행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현안관련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며 "성사된다면 초유의 일이 될 것이다.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정당 대표들 모두 초청을 수락하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오후 정론관에서 논평을 내고 "평화당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비준에 적극 동참,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데 앞장서겠다"며 "보수야당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여당과 일부 야당의 참여 선언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불참에 대한 생각을 전혀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국회의장단까지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번 후반기 국회에서 가장 강조됐던 '협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연 정당 대표들이 그렇게 갈 이유가 있는가 싶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문제부터 걸려 있고,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7일 "한국당은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가 곁가지로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에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 수행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반대한 바 있다.

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제 국회의장을 통해서 청와대로부터 남북정상회담에 5당 대표가 같이 참여하자는 제안이 왔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의장과 정당 대표를 참여시켜 거국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가 조급증에 걸려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며 "당 대표들이 지금 나서봤자 우리는 들러리밖에 안 된다. 남북외교에서 우리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했다.

국회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및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같은 협의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의장은 (오는 18~20일 개최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 국회회담'에 여야가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두 부의장 및 외통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