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수백만·年수입 억대…"1人방송 해볼까"

대도서관 등 참신함·실시간 소통 무기로 인기
연예인·공중파 동참…저작권 침해 부작용도

음식을 많이 먹는 장기, 말을 잘하는 장기, 게임을 잘하는 장기 등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대중들도 자주 쓰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평균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사람들의 행동에 기뻐하고 함께 슬퍼한다. 이들은 바로 자신의 장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다.

'먹방(먹는 방송)', '게임방송', '소통방송', '미용방송' 등 무궁무진한 콘셉트로 그 분야를 좋아하는 누리꾼들은 물론 일반 대중까지 사로잡은 1인 크리에이터들은 부와 명예를 모두 갖게 됐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도 소개해주는 '대도서관(183만, 이하 16일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며 소통을 무기로 삼은 윰댕(90만), 많은 음식을 한번에 먹는 밴쯔(275만)·입 짧은 햇님(44만), 다양한 메이크업 기술을 알려주는 씬님(154만)·이사배(189만), 10살 케이팝 댄서 어썸하은(206만), 47년생으로 최고령 크리에이터인 박막례 할머니(52만), 다양한 물건을 소개하고 직접 써보며 장단점을 알려주는 보겸(253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소개하는 헤이지니(111만) 등이 대한민국 대표 1인 크리에이터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근함이 무기인 1인 크리에이터들은 인기가 크게 올라가자 엄청난 부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도서관은 "1년 수입만 17억이다. 밴쯔는 1년에 10억, 씬님은 1년에 12억 정도를 벌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통계청이 실시한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종' 설문조사에서 크리에이터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방송 역시 1인 미디어 시대의 영향력을 미리 파악하고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인 방송 콘셉트의 방송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MBC는 '마이리틀텔레비전'(2017년 6월 종영)을 통해 1인 방송 시스템을 예능에 도입했고 요리연구가 백종원, 동물훈련사 강형욱 등 방송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전문가들도 스타로 만들었다. 특히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방송에 진출해 현재까지도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JTBC 역시 지난 7월부터 '랜선라이프'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 크리에이터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대도서관과 윰댕 부부, 밴쯔, 씬님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2.0%(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입짧은햇님은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먹방을 선보이는 중이며 헤이지니는 KBS2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아이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랜선라이프'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1인 방송 시대라는 시대적 요인과 1인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는 점이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행사도 마련됐다. CJ E&M은 지난 8월 '다이아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통해 1인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는 기회를 만들었다. 4만명이 넘는 인원이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보기 위해 행사를 찾았고 크리에이터들은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을 위해 화장하는 법, 과학적 상식, 게임 잘하는 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서울 고척돔에서 3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번 행사에서는 밴드 데이브레이크와 대도서관이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보여줬으며 박막례 할머니가 준비한 파자마파티 콘셉트의 팬미팅에는 할머니가 직접 찐 옥수수를 받으려고 파자마를 입고 온 10대, 20대들이 줄을 늘어섰다.

◆ 인기 크리에이터 부부 대도서관&윰댕.

이러한 대중문화의 변화는 기존 연예인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김준호·강유미같은 코미디언이나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등 가수들도 각자의 콘텐츠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가 탄생시킨 연예인들이 새로운 미디어로 유입되고 있는 변화가 시작된 것. 미디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1인 방송은 '실시간 소통'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전통적 미디어 시장과는 차별화된다"며 "유튜브 구독 채널 상위 20개 중 대다수가 1인 방송일 정도로 1인 미디어 로의 시장 변화를 감지한 많은 연예인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1인 미디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대중들이 1인 미디어를 찾는 이유에 대해 성실함, 참신함, 소통을 꼽았다. 그는 "양질의 콘텐츠를 오랜 기간동안 볼 수있고 기존 방송에서 접할 수 없던 참신함이 있으며 방송을 만드는 사람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크리에이터의 부상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한 몫을 차지했다. 이제 방송 콘텐츠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켜는 시대는 지나가버렸다"며 "누구나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넘쳐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면서 1인 미디어의 큰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의 연예인처럼 트레이닝도 필요 없고, 영상을 찍을 장비와 간단한 편집 기술만 배우면 나이 불문, 성별 불문 누구나 데뷔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을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로 이끌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체계적인 방송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항상 뒤따르고 '대중의 관심=영상 조회 수=돈'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며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 상식을 뒤엎는 방송을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쉽게 돈을 번다'는 대중들의 편협한 시각도 많은 안티를 생성시키는 요인이다. 또 이런 1인 미디어를 가장 많이 접하는 연령층이 청소년인 만큼 크리에이터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정부도 여러 규제들을 신설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인터넷 방송업계, 관계 기관으로 구성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만들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 관계자는 "선정·폭력성 논란이 일던 인터넷 개인방송의 자율규제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6월부터 인터넷 방송업계가 1인 1일 결제 한도를 100만 원으로 자율 규제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