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정감사 첫 주자로 나선 국세청" = 10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여세 과세 문제와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공정성 여부, 자영업자 세무검증 유예 문제 등 국세행정 전반에 걸친 문제가 다양한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오전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과세문제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과 더불어 납세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세무조사 절차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감 첫 질의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국세청 국감에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밝혀졌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조세포탈혐의는 무죄였다.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하려면 국세청 고발이 필수적인데 국세청 고발이 없어서 공소가 기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이 (조세범처벌법)고발을 해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면 증여세 납부대상이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매출액 비율이 30% 넘어선다. (국세청이)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박 의원의 추궁에 "특정납세자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며 "그 누구든지 간에 (법을 위반했다면) 적법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을 비롯해 차명계좌에 대한 이자배당소득 원천세 징수를 10년 동안 방치했다가 지난해 조치했는데 현재 42억원에 대해 38건의 불복이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세청이 지게 되면 국고손실이 발생한다. 국세청이 (차명재산 과세를) 소극적으로 해 나중에 국고손실이 더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밝혀진 다스와 이 회장에 대한 차명재산 과세 문제를 거론했다.
유 의원은 "현재 국세청이 사후관리하고 있는 차명재산은 2017년 말 기준 7573건이며 금액은 1조5839억원인데 여기에 MB의 차명재산이 들어가 있느냐. 이 회장의 차명재산도 여기에 포함됐느냐"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세청장은 "특정납세자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며 "(삼성 차명재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인데도 긴장되네" =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국감을 치르고 있는 한승희 국세청장. 민감한 질문 사항에 대해 "특정납세자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반복, 의원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야 "납세자 길들이기 NO"…'친절한 국세청' 당부
국세청이 납세자 보호를 위해 세무조사 집행을 더욱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도 쏟아졌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은 "최근 4년간 조세포탈범에 대해 국세청에서 자체 무혐의로 처리한 부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이 납세자 길들이기용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며 "구간별, 외형별로 살펴보면 외형이 적을수록, 법인보다는 개인의 무혐의 처리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조사 자체가 힘 없는 사람을 길들이는데 쓰인다는 비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국세청장은 "겸허한 자세로 개선해나가겠다. 조세범칙 조사는 범칙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국세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 의원은 "정기 선정 과정에서 조사국이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국이 대상자들을 선정해서 (본청에) 올리는데, 조시국이 어떻게 선정했는지 객관적인 기준을 알 수 없다. 선정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최근 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통해 국세청(본청)이 정기 조사대상 선정 과정에서 지방청 조사국이 통보한 명단을 활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지방청 조사국에서 선정한 납세자가 어떤 기준에 의해 선정되어 본청에 통보되는지 알 수 없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국세청장은 "감사원 감사과정에서도 지적받았었다"며 "정기조사대상자 성실도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도록 하겠다. 다만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은) 조사국에서 여러 자료를 취합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임의적·자의적으로 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맞받아쳤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세무조사도 문제지만 세무조사를 넘나드는 현장확인과 사후확인 세무조사나 다름없다"며 "여러 검증 제도에 대해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실천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한 국세청장은 "신고내용 확인을 위한 현장확인은 지침사항을 위배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포괄적 자료 요구도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세무조사를 위한 현장확인이나 사후확인은 세무조사에 의한 것이고 (납세자가) 대답할 의무가 있다면 명목이 어떠할지라도 세무조사로 본다고 하고 있다"며 "현장확인 출장증을 들고 나가면 납세자 입장에선 당연히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확인을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추궁했다.
한 국세청장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 국세행정개혁TF에서도 건의됐었다. 올해 7월부터는 (현장확인에 대한)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종구 한국당 의원은 국세청의 성실신고 안내문으로 인해 납세자들의 위압감을 느낀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 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이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납세자들을 쪼아대고 있다"며 "국세청의 납세안내문을 보면 '주사업장 신고소득률이 평균소득률 대비 80% 미만'이라거나 '사업과 무관 비용을 경비처리하지 말라'고 한다. 이건 인공지능(AI)이 보낸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어 "이 안내문의 뜻은 경비 제대로 들여보겠으니 제대로 신고하라고 하는 것인데 이건 위협이고 협박"이라며 "납세자에게 친절하게 해야 한다.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납세자를 압박하는 것이 선진세정이 아니다. 안내문을 받은 납세자는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세무사와 상담하는 징세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질타했다.
한 국세청장은 "안내문은 성실신고를 위한 참고자료"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