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감사업무 특수성 비춰 문건 비공개 적법"
참여연대 "국민 여론 수렴하기 위해서라도 공개해야"
재판부,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 문건 제출 주문
◆…참여연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공개해달라고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가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1차 공판에서 참여연대는 "의혹이 일고 있는 법원행정처 문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으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참여연대 측 변호인은 "사법농단 의혹 문건 중 99% 가까운 문서가 사실상 공개됐고, 일부는 여론에 회자되고 있다"며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수렴해 법원이 새롭게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문건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양승태 사법부' 당시 관계자들의 컴퓨터를 조사해 확보한 410개의 문건을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전체 목록과 일부 문건만 공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가장 낮은 등급을 제외한 재판거래 의혹 문건 404개를 모두 공개해달라며 지난 6월 대법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달 28일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 측은 "감사업무의 특수성과 향후 동종업무의 수행에 미치는 영향, 정보공개법의 비공개대상정보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춰볼 때 문건 비공개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법 제9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 관계 및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선 정보 공개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 측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시행한 조사는 통상적인 '감사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감사업무가 아닌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공개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측 변호인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재판거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일회성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사업무에 포함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 측은 "해당 문건을 공개할 생각은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기안만 갖고는 판단이 어려워 법원에 해당 문건을 비공개로 제출하길 바란다"며 법원행정처에 특별조사단이 작성한 문건을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재판은 12월 14일 열린다.
◆…대법원은 지난 6월 특별조사단이 파악한 410개의 문건에 대해 비공개대상에 해당한다며 참여연대 측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행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후 대법원의 자체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 문건 410개를 조사한 결과 대법원이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유착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 5월 공개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KTX 여승무원 복직 사건·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콜텍 해고노동자 사건 등에 대한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검찰이 지난 23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임 전 차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 발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 전 차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