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더 이상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국민과 경찰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진행된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제 경찰은 집회시위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현장에서 경청하는 '한국형 대화경찰관'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념식은 약 7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경찰 인권경찰 민생경찰'이란 슬로건으로 1시45분부터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청와대는 기념식 장소를 백범 김구 기념관으로 정한 사유에 대해 "99년전인 1919년 8월12일에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임정 초대 경무국장 취임한 날이다. 우리나라 초대경찰청장인 셈이다"며 "그래서 오늘 기념식을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치루는 게 그런 의미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혁명에서 경찰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과 함께했다"며 "국민의 앞을 막아서는 대신, 국민의 곁을 지켰다.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해 330개의 세부개혁과제를 마련했다"며 "실천에 있어서도 모범이 되고 있고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하는 데도 힘을 쏟아왔다"고 그간 경찰개혁 노고를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다"며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설치된 '여성대상 범죄근절 추진단'의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 실시와 그 성과를 언급하면서 "그러나 아직 여성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며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국민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의로운 이웃"이라며 "지역의 어린이들, 장애인과 어르신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한걸음 더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스마트 치안'도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첨단 장비와 과학수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범죄 예방과 해결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경찰의 조직 문화와 경찰 내부의 민주적인 소통도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경찰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국정원의 대공정보능력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정보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공조체계를 튼튼히 구축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특별히 안보수사의 전 과정에서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 달라"며 "안보사건의 피의자·피해자·참고인 등 수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한편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편으로 서로를 견제하면 국민의 인권과 권익은 더욱 두텁게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기 위해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국민들이 수사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엄정하고 책임 있는 수사 체계를 갖추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덧붙여 "지난 9월에는 '자치경찰제'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 담긴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며 "중앙에 집중된 경찰권을 지방으로 분권하고, 지역의 특성과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는 생활안전과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찰이 앞장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의 '격무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관 2만 명 충원' 목표에 따라 경찰인력을 꾸준히 증원할 것"이라며 "경찰조직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위직에 편중된 직급구조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해마다 평균 16명의 경찰관이 순직하고, 1천80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의 희생과 헌신에 반드시 보답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경찰관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비 확충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경찰 수뇌부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아울러 "경찰관의 정당한 법집행이 위축되거나 경찰관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 없어야 국민의 안전이 더욱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면서 "경찰이 당당하고 공정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관의 제복에는 '애국안민의 정신'이 배어있다"며 "민주, 인권, 민생 경찰의 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자랑스러운 경찰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제주4.3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문형순 성산포서장, 도산 안창호의 조카딸로 독립투사였다가 해방 후 경찰에 투신한 안맥결 총경, 80년 5월 광주, 신군부의 시민 발포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 등이 "명예로운 경찰의 길을 비춰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올해 경찰의 영웅으로 오른 고 문형순 경찰서장과 고 김학재 경사의 헌양식과 유공자들에 대한 시상식에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