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순익 9562억원…전분기비 23.2% 급감, 한국투자증권 선두
메리츠 6→2위, 미래에셋대우 1→5위
◆…출처=각 증권사 별도기준 사업보고서,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증권업계가 하반기들어 거래량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 2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조정받은 가운데 증권사들의 순이익 순위에서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순익 선두 자리에 오른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선두에서 5위로 추락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6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19일 각 증권사의 별도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6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9561억9849만원으로 지난 2분기(1조2442억7346만원)보다 23.2%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조135억1649만원) 3분기보다는 5.7% 줄었다.
3분기 증시 침체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56개 증권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9103억원으로 지난 분기(1조3017억원) 대비 30.1%(3914억원) 쪼그라들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11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선두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메리츠종금증권(944억원), NH투자증권(912억원), KB증권(663억원), 미래에셋대우(645억원), 삼성증권(616억원), 신한금융투자(506억원), 키움증권(436억원), 하나금융투자(417억원), UBS증권(411억원) 순으로 뒤따르며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탁수수료 수익 비중이 낮아 증시 변동성의 영향을 덜 받거나 수익구조 다각화로 IB부문 자산운용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증권사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익 상위 6개사의 순위는 지난해, 지난 분기 대비 모두 자리가 바뀌며 크게 요동쳤다.
2분기까지 선두였던 미래에셋대우의 순익은 3분기들어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하며 5위로 떨어졌다. 2분기 3위였던 삼성증권의 순익도 6위로 내려 앉았다. 반면 2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이 선두자리를 꿰찼고 6위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전분기 각각 4, 5위였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3, 4위로 한 단계씩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순익은 1180억1196만원으로 지난 분기(1311억4439만원)보다 10.0% 줄었지만 지난해(1102억3629만원)보다는 7.1% 증가하며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렸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익도 4135억2823만원으로 미래에셋대우(3821억2584만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인데는 균형 잡힌 수익구조의 영향이 컸다. 이 증권사의 각 부문별 수익 비중은 위탁매매 22.4%, IB 22.4%, 자산운용 21.6%, 자산관리 13.7%로 한 부문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수익 구조를 보였다.
또 3분기 전체 수수료 수익 중 수탁수수료 수익 비중이 36.5%로 전체 증권사 평균(42.2%)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주식 시장의 변동성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 뿐 아니라 수탁수수료 수익 감소분을 다른 부문에서 만회하며 순익 감소폭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3분기 들어 국내 증시 환경이 급격히 위축돼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했지만 사업 부문 간 시너지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증시침체에 불구하고 3분기에도 순익이 증가하며 각각 2위,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944억3287만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 분기(785억7771만원)보다 20.2%, 지난해(722억7196만원)보다 30.7% 늘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순위도 6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이 증권사의 호실적은 차별화된 수익구조의 영향이 컸다.
3분기 수수료 수익 중 수탁수수료 수익 비중이 18.2%에 불과해 전체 증권사 평균(42.2%)보다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강한 부동산금융에 더해 IB, 자산운용, 금융수지 수익, ELS 등으로 수익 다각화 전략을 취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7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3억2500만 달러 규모의 호주 케스트렐(Kerstrel) 광산 인수금융 딜을 성사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금융수지 수익 급증과 112억원 규모의 이랜드 관련 수익, 채권 및 주식의 트레이딩 성과 호조 등에 따른 상품운용수익의 큰 증가도 호실적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912억1459만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 분기(897억8181만원)보다 1.6% 늘며 한 계단 상승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763억4202만원)보다는 19.5% 증가했다.
3분기 수탁수수료 수익(717억4000만원)이 지난 분기(1070억8000만원) 대비 353억4000만원이나 감소했음에도 IB 등 다른 부문에선 성과를 거둬 감소분을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증권사는 3분기 한온시스템 인수금융 딜로 8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입 및 셀다운으로 6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또 코스닥 2개사(올릭스, 휴네시온)에 대한 기업공개(IPO) 딜을 따내기도 했다.
KB증권의 순익은 662억9540만원으로 지난 분기(890억4946만원)보다 25.6% 감소했지만 지난해(404억3707만원)보단 63.9% 크게 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증권사의 순익 순위는 지난해 9위에서 지난 2분기 5위, 3분기 4위로 지속적 상승 추세다.
이 증권사의 3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718억원으로 지난 분기(1149억원) 대비 431억원이나 급감해 전 증권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지만 이자수익과 유가증권 운용관련 이익증가 등을 통해 순익 감소 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의 순이익은 전분기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해 대조를 보였다. 지난 분기까지 업계 선두였던 이 증권사는 3분기 645억4077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치며 지난해(1256억7401만원), 지난 분기(1457억1871만원) 대비 각각 48.6%, 55.7% 급감했다.
상반기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수혜를 크게 본 증권사인 만큼 반대로 증시침체에 따른 영향도 크게 받았다. 이 증권사의 3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923억6428만원으로 지난 분기 1306억9054만원 대비 383억2726만원 급감했다.
게다가 1~4위 증권사가 수탁수수료 수익 급감했음에도 다른 부문에서 선전해 감소폭을 줄이며 선방한 것과 달리 이 증권사는 IB 등 다른 부문의 실적도 부진하며 순익 감소폭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30% 이상 급감했으며 2분기 사상 최대치 실적 이후 대형 딜 공백과 보유물량 셀다운 확대에 따른 IB부문의 역기저 효과가 있었다”며 “파생상품 발행 및 상환이 대규모 축소됐고 글로벌 시장 하락으로 보유자산의 평가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3분기 순익도 615억9610만원으로 지난해(833억142만원), 지난 분기(917억137만원)보다 각각 26.1%, 32.8% 급감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순익 순위도 지난 분기 3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지난 분기 1059억원에서 3분기 679억원으로 380억원 급감한 영향이 컸다. 수탁수수료 수익 증감률도 -35.9%로 전체 증권사 평균 -30.1%보다 낙폭이 더 컸다.
7~9위에는 신한금융투자(506억원), 키움증권(436억원), 하나금융투자(417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증권사들의 순익도 지난 분기 대비 26%~35.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키움증권의 순익은 436억3741만원으로 지난 분기(608억990만원)대비 28.2% 줄었지만 지난해(239억564만원)보다는 82.5%나 급증했다. 지난해 13위, 2분기 9위에서 3분기엔 8위까지 올라 눈길을 끌었다.
10위엔 외국계증권사인 UBS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 증권사의 3분기 순익은 411억2527만원으로 지난해(211억4035만원), 지난 분기(277억2194만원)보다 각각 94.5%, 48.3% 크게 늘며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국세청을 상대로 벌여온 주식워런트증권(ELW) 헤지 이익 관련 대법원 재판에서 승소해 327억원의 법인세를 환급받은데 따른 일시적 효과로 풀이된다.
10위권 밖에선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지난 분기보다 순익이 늘었다.
현대차증권은 3분기 206억9421만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248억6137만원)보단 16.8% 감소했지만 지난 분기(97억1275만원)보단 배 이상 증가하며 12위에 올랐다. 지난 2분기 대비 3분기 순익이 급증한데는 지난 2분기 중국국저에너지 화공집단(CERCG) ABCP 디폴트 관련 비용 225억이 반영된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한화투자증권의 순익은 198억7884만원으로 지난해(65억5029만원)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지난 분기(194억8869만원)보다도 2.0% 증가하며 14위에 올랐다. IBK투자증권의 순익도 186억5799만원으로 지난해(72억5701만원), 지난 분기(133억5263만원)보다 각각 157.1%, 39.7% 늘어나며 16위를 기록해 2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수탁수수료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대신증권, 유안타증권은 지난 분기대비 순익이 반토막 나 대조를 이뤘다.
대신증권의 순익은 213억6392만원으로 지난해(271억4237만원), 지난 분기(433억4150만원) 대비 각각 21.3%, 50.7% 급감했다. 순위는 지난 분기와 같은 11위를 유지했다. 유안타증권의 순익도 199억8650만원으로 지난해(216억8257만원), 지난 분기(425억3133만원) 대비 각각 7.8%, 53.0% 줄어 지난 분기 12위에서 3분기 13위로 한단계 하락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172억4688만원)보다 14.9% 증가한 198억1014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분기(287억2898만원)보단 31.0% 감소해 전분기 보단 두 계단 하락한 15위를 차지했다.
DB금융투자는 138억8965만원의 순익을 올려 20위에 올랐다. 지난해(137억3666만원)보단 1.1% 늘어났지만 지난 분기(178억6351만원)보다는 22.2% 감소한 수치다.
외국계 증권사들 중엔 메릴린치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각각 163억5353만원, 158억4445만원, 146억7734만원의 순익을 올려 17~19위에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