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 포함) 사용금액에 대해 공제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도의 효과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카드 사용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제도의 목적인 '과표 양성화' 효과는 이미 달성됐고, 전통시장 활성화라든지 대중교통 이용유도 등 부가적인 정책목표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다. 이를 감안할 때 제도의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했을 땐 연말정산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는 직장인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조세특례는 올해 말 일몰이 예정되었으나, 정부는 일몰기한을 1년 더 연장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뚜렷한 정책효과를 내지 못함에도, '조세저항'을 막기 위해 명분 없는 세금 지원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근로자에 한해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 등 사용액의 일정비율(15~40%)을 소득에서 공제해주고 있으며, 공제한도는 총급여액 수준별로 차등(7000만원 이하 300만원, 7000만원~1억2000만원 250만원, 1억2000만원 초과 200만원) 적용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조세지출 예산서분석'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에 따른 과표 양성화 등 관련 효과성은 둔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조세지출 규모는 2011년 1조1700억원에서 2017년 1조850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는 2조원(2조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조세지출 대비 비중은 4.7%(201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 지표로 볼 수 있는 '사업소득신고율'은 2005년 34.5%에서 2016년 86.1%로 크게 뛰었다. 추가적인 과표 양성화 여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종합소득세 총 납세인원 중에서 확정 신고 인원의 비율도 같은 기간 52.2%에서 88.6%까지 높아졌다. 정책목적을 고려하면 조세지출이 실효성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조세지출 규모는 확산된 반면, 추가적인 과표 양성화의 여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신용카드 이용의 저변화·현금영수증 제도 외 정책목적을 같이 하는 조세특례 등을 감안할 때, 재정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의 세원양성화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 대중교통 이용 유도, 문화생활 지원 등 부가적인 정책목표도 더해지면서 제도는 지속적으로 손질되어 왔다. 소비심리를 살리겠다는 복안으로, 30~50%의 우대공제율도 적용했다. 그러나 정책목표 효과는 불분명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 제도 도입 이후 해당 사용량의 변동이 크게 없어, 유인효과가 거의 업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부의 2018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설문조사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추가공제 혜택이 대중교통, 전통시장, 도서·공연 사용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책목표 도입에 따른 공제확대가 고소득구간에 집중되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예정처가 2010년과 2016년의 소득구간별 1인당 평균 공제 증감액을 비교한 결과, 소득 8000만원~3억원 이하 구간(600만원)을 중심으로 높은 소득구간에서 공제액 증가가 컸다.
보고서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는 과표 양성화 효과의 둔화, 그 외 전통시장 활성화 등 부가적 목적의 효과성 미미, 조세지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제도를 즉시에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체 근로자의 51.3%(2016년 기준)가 공제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가계소득 둔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1999년 도입된 이후 약 20년 간 7회에 걸쳐 일몰이 연장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고서는 단계적인 축소·폐지 방안의 검토를 언급하며 "전통시장,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같은 부가적인 정책목표를 위한 추가공제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