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자, 국회를 중심으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공제제도를 손질(혜택축소)하는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간 정부도 '면세자 축소를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인지 관련 세법개정안의 국회 심의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컸다.
그러나 면세근로자를 줄이려는 시도에 있어 정부의 방법론은 달랐다. 임금상승에 따른 면세근로자가 자연스럽게 감소되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위적인 증세를 했을 때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특정 계층(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등)에만 세부담을 무겁게 하면서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선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방안(이종구·박주현 의원안)을 두고 정부와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 간 입씨름을 벌이면서 관련 개정안의 논의는 뒤로 미루어졌다.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안은 '총급여액이 2000만원을 초과한 근로자에 대해 보장성보험료·의료비·교육비·월세 세액공제액을 모두 공제하더라도 최소 연(年) 12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세제혜택이 과도해 소득세 과세기반이 잠식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에서 2014년 48.1%까지 오른 이후 2015년 46.8%, 2016년 43.6%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의 근로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소득세법 개정, 2015년 연말정산 후속 보완대책 실시에 따라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각종 공제혜택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안도 과도한 면세자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근로소득공제율을 소득구간별로 현행 대비 최대 10%포인트 인하'하도록 했다.
세법심의 과정에서 최저한세 도입이라든지, 공제제도를 축소하는 부분에 대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의 기본원칙에 부합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요 선진국의 면세자 비율(미국 35.8%, 캐나다 33.5%, 호주 25.1%, 영국 2.9% 등)이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점도 개정 작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정부는 면세근로자를 축소하려는 방향성엔 공감했으나, 인위적인 증세는 강하게 반대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면세자 축소는 동의하지만 중하위 계층(1~2분위) 소득이 감소하고 있고 분배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면세자를 축소시키기 보단 현 상황으 보면서 자연축소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재부가 조세소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현 공제체계의 유지를 가정할 때 임금 상승 등에 따라 면세자 비율이 연간 1.3%∼2.1%포인트 내려간다. 이후 2023년엔 2013년 수준인 32%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러한 정부 답변에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지난해 이 자리에서 부총리가 직접 와서 내년 1분기까지 관련한 안을 내겠다고 했다. 국회가 정부를 존중해서 의견을 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그러고 나서 이게 묵살됐다"며 "(지금)차관 답변 역시 작년 답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우리 같이 45% 정도의 국민(근로자)이 세금을 안 내는 나라가 있냐”며 “한 달에 만원, 1년에 12만원 정도는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면세자 비율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법 개정 전제하에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힘을 보탰으나, 정부 측에선 "자연축소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관련 개정안의 '재논의' 판정을 받았다.
앞서 정부는 면세자 비율 축소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표준세액공제 축소, 특별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제시됐음에도 매년 세법개정안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