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최대 여성 전문 병원인 OO병원이 파산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 다. OO병원은 그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고 그중 매각 대상자를 찾아 협의도 하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6개월째 직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해 간호사들이 이탈했고 인력이 부족해지자 1층 병동을 제외한 나머지 병동은 폐쇄한 상태였다.
한편 경영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치과병원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이처럼 갈수록 어려워지는 병의원 경영 환경과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고 지역 중소 병의원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자 지역 중소병의원들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꽤 많은 수의 병의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시야를 돌리면 비단 의료업계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일반 기업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수 중 98%를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쟁은 더욱 심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부족한 운영자금을 가지고 어찌되었든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고객 및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출장을 다녀야 하며,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도 채용과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그러한 불철주야 노력으로 어느 정도 매출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경쟁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그동안 확보했던 시장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는 위험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병의원 사업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하고 지금도 창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표들은 이러한 경쟁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아마 여기에서 우리 병의원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수도권 북부에서 유통업 T기업을 운영하는 최 대표의 경우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개발해두었던 뛰어난 아이템만으로 3년 전 창업을 하였다. 당연히 사업 운영자금이 부족했고 거래처도 부족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 노력 덕분에 유통 아이템도, 거래처도 증가한 덕에 T기업은 조금씩 성장하였지만, 문제는 재고가 창고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즉 매출만큼이나 재고 비용도 증가하였으며, 재고로 인해 현금 부족난까지 높아졌던 것이다. 재고도 자산이기에 그만큼 기업이 성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코 아니다. 시장의 변화에 뒤떨어진 아이템은 재고가 아니라 쓰레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 대표의 어려움을 해결해줬던 것이 월별 손익 결산이었다. 최 대표는 그 결산을 하면서 어떤 거래처가, 얼마의 주문량을, 얼마 만에 주문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즉 주문받고 발송하기 급급했던 상황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고, 게다가 미리 준비해놓았기에 정확하게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있어 거래의 신뢰 관계도 높아졌다. 그 결과 최 대표는 근거를 가지고 모든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으며, 거래처의 요구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아마 우리 병의원의 원장들도 위의 T기업의 최 대표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개원 초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병의원을 홍보하고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설비도 갖추었을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노력으로 고객이 증가하여 왔는데 그 사이 경쟁 병의원이 계속 출현하면서 매출이 정체되고 경영난이 가중되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기업과 달리 의료사업은 규제가 심해 일반 기업처럼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홍보에도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병의원은 일반 기업보다 T기업의 최 대표가 했던 월별 결산이 필요성이 더욱 크다. 월별 결산에는 매출과 비용 액수는 물론 그 발생 원인과 고객 유형, 우수 고객, 내원 경로, 고객별 매출 상황 등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 V정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라 원장은 지난 2년간 고객 발굴을 위해 상당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여 왔다. 하지만 예상만큼 고객이 증가하지 않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월별 결산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금까지 실행했던 마케팅에 낭비적 요인이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노년층을 중점으로 마케팅을 계획했는데 실제 내원한 고객은 젊은 직장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투입했던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매출과 관계없는 것으로 낭비한 셈이었다. 만일 라 원장이 좀 더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첫째, 낭비적인 요인을 없앨 수 있었으며, 둘째, 특화된 경쟁력을 갖게 됨으로써 지난 1년 6개월의 고객 수와 매출의 정체 기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병의원은 반드시 일일 업무 보고와 같은 장부 관리를 해야 한다. 일별, 월별, 연간 어떤 고객이 어떤 진료를 받아,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를 숫자로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숫자를 통해 근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병의원 경영의 시작인 것이다. 만일 지금도 일일업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병의원이 있다면, 그리고 전산업체가 설치해준 프로그램에 숫자만 입력하는 병의원이 있다면 당장 통계 자료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