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U정형외과를 3년 전 개원한 양 원장은 석달 전, 오랜 만에 동료 원장들과 만남을 가 졌다. 여러 주제들이 오고 갔지만 대부분 병의원 경영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 참석하지 않았던 이 원장의 소식에 다른 원장들은 특히 놀라워했다. 노무 관리 문제였다. 이 원장은 동료 원장들보다 조금 앞서갔기에 부러움을 받았는데 6개월 전에 뽑았던 직원이 노무 관련 문제로 분쟁을 일으킨 탓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양 원장은 그 모임 이후 별도로 이 원장에게 연락하여 문제의 소식을 들었다. 내용은 개원 후 직원이 5명 미만이라 이 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배포한 표준계약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평일 야간 진료, 토요 진료 등의 병의원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고 근무 시간과 월 급여액만 적었던 것이다. 분명 근로계약서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직원들이 개원 때부터 함께했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2명의 새로운 직원을 충원했는데 그만 그 직원이 근로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이 원장의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임금 체불로 체벌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서울에서 C비만클리닉을 개원하고 있는 박 원장은 2년 전 간호조무사를 채용했었다. 하지만 그 조무사는 근무 불성실에다 자주 고객과의 다툼이 있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내보냈는데, 역시 임금 체불을 이유로 박 원장을 신고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병의원은 노무 문제에 취약하다. 이는 개원 당시에는 5인 미만의 적은 인원이기에 인사 노무 관련 해당사항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원장들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와 같이 개원 시 헌신적인 직원이 함께 했기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병의원 노무 분쟁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과거보다 노무 문제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근로감독관 수 증가와 함께 실질적으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노무 분쟁시 직원의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원장이 처벌받는 비중이 9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직원들은 자신의 근로시간, 임금과 유사한 상황, 관련 자료, 정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이 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하면 소송과 분쟁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만약 원장들이 노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물론 직원과 합의하거나 사업주가 고의성이 없다면 형사처벌이 철회될 수 있지만 이는 분명히 병의원 입장에서 큰 손실이며 위험이다. 이에 원장들은 평소 철저하게 노무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첫째, 근로계약서가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근로계약은 직원이 병의원에 근로를 제공하고 원장은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중요한 계약이다. 따라서 계약서 서면에는 임금 계산 및 지급 방법과 소정 근로 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 휴가, 취업장소와 종사 업무 등이 필수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병의원이라면 병의원 특성상 연장, 야간, 휴일 근무에 대해 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취업규칙을 파악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의 병의원이라면 채용, 징계절차, 해고 관련, 사직서 수리 등 취업 규칙을 작성하고 과반수 이상의 직원 서명을 받은 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며 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한다. 만일 태도가 좋지 않은 직원이 반복해서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해 징계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해고한다면 해고 무효 가능성과 추가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셋째, 통상임금과 평균임금, 포괄임금제, 4대보험, 비과세 복지후생비 등의 임금 부분을 점검해야 하며, 넷째, 병의원 특성상 여성 직원에 대해 육아 휴직, 가족 돌봄 휴직, 육아기근로시간단축, 임산부 보호 등이 포함된 모성 보호 제도 등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원장들은 철저한 제도 정비와 함께 노무관리 사항에 대해 주기적으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노무 사항은 매우 복잡하며, 디테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 작성시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근로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일반적인 근로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추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휴게시간도 반드시 독립된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업무를 보지 않은 여건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만약 점심 시간에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1통의 전화라도 받으면 그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북부에서 H이비인후과를 개원하고 있는 나 원장은 11만원을 덜 지급했다는 이유로 임금체불 신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H이비인후과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료를 보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아침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하지만 나 원장은 30분 일찍 출근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10시부터가 아닌 9시30 분부터로 계산 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의외로 많다.
다음으로 근로기준법은 매년 개정되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노무 제도를 변경해줘 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장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