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불법사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
민주당 "김태우 개인 비위…국조 및 특검 수용 못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하루 종일 진행됐지만 여야 공방만 되풀이 됐다. 사진은 이날 운영위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 (사진=더 팩트)
지난해 마지막 날 정국을 뒤흔들었던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2라운드에 들어갔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특감반 의혹 규명을 위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밤새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다른데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등장하면서 해당 주장의 사실 여부 및 사안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넘어가기 어려워졌다.
자유한국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불법 사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국회 상임위 개최도 요구하기로 했다.
특감반 의혹 및 신 전 사무관 폭로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문화체육관광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등 최소한 5개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어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국조와 특검은 물론, 상임위 개최 요구를 일축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운영위 회의에서 각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운영위에서 밝혔듯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관의 개인 비리가 있었고, 이에 불이익을 받자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민간인 사찰 정보를 마치 윗선에서 시킨 것 처럼 폭로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당 회의 등을 통해 청와대 특감반 의혹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영위 회의에선) 김태우란 범법자의 개인 비리와 불법행위, 그리고 이를 정쟁으로 악용하는 한국당의 고성과 비방만 있었다"며 "그런데도 한국당은 다시 특검과 국정조사를 하자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거듭나는 것은 고사하고, 새해 첫날부터 특검이니 국정조사니 후안무치한 태도로 또다시 국민을 지치게 하고 있다"며 "자중자애하고 반성하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운영위를 겪으면서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청문회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결국 특별검사 도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특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 전 사무관 사건에 나타난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관련 상임위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은 신 전 사무관의 폭로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며 국회 기획재정위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청와대 특감반 의혹에 대한 한국당의 국조·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여서 앞으로 한국당과의 공조 여부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하고 KT&G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기재부는 이 문제를 무조건 부인하거나 덮지 말고, 국회 기재위를 통해 국민이 가진 의문점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특감반 의혹 국조 여부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바른미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관철에 한국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일단 국조에 유보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이처럼 청와대 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은 한국당의 공세와 민주당의 방어, 바른미래당 등 야3당의 셈법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