⑳ 중국법인 제값 받으려면 청산 대신 양도해야

여기의 사례들은 모두 필자가 직접 중개를 했거나 매매 협상에 참여한 실제 존재하는 사례들이다. 컨설팅을 제공했던 M&A거래는 수십 건이 되지만 그 중에서 거래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중국사업철수에 있어서 모범 사례만을 엄선해서 소개한다.

특수허가 같은 무형자산 매각
이 사례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제값을 받고 매각한 경우로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지분양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 중국진출배경과 사업철수 이유
중국에서 건설 붐이 한창이던 2006년, 한국에서 페인트의 원료를 생산하던 김사장은 중국시장을 뚫어 보겠다는 야침찬 포부를 안고 산동성 모시에 화학공장을 설립하였다. 당시에는 해당 지자체가 외국인투자기업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어 많은 우대혜택을 주었고 토지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품이 위험화학물에 속했기 때문에 '안전생산허가증'이라는 특수허가를 받아야 공장가동을 할 수 있었지만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심사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서 쉽게 취득해서 양산체제로 돌입할 수 있었다. 또한 예측한 대로 활발한 건설경기 탓에 페인트 수요가 많아서 김사장의 중국공장도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점차 건설경기가 하향곡선을 긋고, 중국내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매출이 쇄락의 길을 걷고 있던 중에 천진항에서 대규모 화학공장의 폭발로 인해서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사고를 계기로 중국당국이 화학품생산기업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그로 인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안전국의 공무원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꼬투리를 잡는 바람에 제대로된 생산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악재들이 겹치는 가운데 김사장은 이 기회에 공장을 팔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2) 철수진행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방안
한국으로 철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장을 팔아서 현금화 해야 하는데, 공장을 매각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천진항에서의 폭발사고 이후 중국정부가 더 이상 '안전생산허가증'을 발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이 허가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김사장은 이 허가증이 살아 있는 상태로 공장을 파는 방법으로서 지분양도를 생각하게 되었다.
허가증 품귀현상으로 인하여 매수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협상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첫째는 매수자가 중국기업이다 보니 그 회사에 회사를 매각하게 되면 대상회사의 신분이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내자기업으로 변경되어 과거의 각종 세제혜택을 반환해야 했다. 둘째는 기존의 고객이 유지되도록 협조를 해주고 1년간 매출액을 보증해 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첫째의 문제는 반환해야 할 세금이 너무 많아서 매수자로 하여금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그 회사의 명의로 인수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둘째 매출보증에 대한 문제는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었다. 기존의 모든 고객은 김사장의 개인친분으로 형성된 거래처이므로 김사장이 떠나면 고객도 함께 떠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당장 무슨 할 일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1년 동안 고객관리를 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달라고 해서 상호합의에 이르렀다. 

(3) 시사점
'일하는 소'와 '고기소'는 육체 안에 포함된 무형자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일하는 일소는 죽으면 고기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일소는 그가 제공하는 노동력만큼 고기소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 그 노동력은 소가 살아 있을 때만 활용 가능한 것이지 죽어서는 고기밖에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등기가 말소되어서 죽으면 기업 안에 있는 땅, 건물, 기계 등 눈에 보이는 자산만이 가치가 있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회사에는 위에서 말한 특수한 허가증, 상표권, 안정된 고객, 숙달된 종업원 등 무형의 자산이 추가되어 있다. 때때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더 큰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유형자산의 가치는 제로이지만 돈을 받고 회사를 파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중국사업철수를 계획할 때는 철수방법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지분양도방식을 택하기도 하지만 회사 안에 녹아 있는 무형자산을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도 선택할 수 있다.

대기업과 동반진출 후 철수
대기업과 동반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특징은 매출이 해당 대기업 한 곳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추가적인 고객확보를 위한 영업활동을 등한시 하게 되어 다양한 고객확보가 되어있지 안아서 그 대기업이 철수를 결정하면 철수 또한 동반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조선업, 건설기계, 휴대폰 관련 부품업체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

(1) 중국진출배경과 사업철수 이유
이 회사는 국내 굴지 가전회사의 1차 공급업체로서 그 대기업의 중국투자에 동반해서 진출하게 되었다. 이 대기업이 진출한 지역은 대규모 전자회사들의 클러스터가 형성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는 회사의 설립부터 양산체제로 돌입할 때까지의 모든 행정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서 보조해 주었다. 그래서 큰 어려움이 없이 중국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외부환경들이 제조공장을 운영하기에 적합치 않은 상황으로 들어감에 따라 해당 대기업이 중국내 생산물량을 줄이고 베트남으로 주요 생산기지를 옮기는 결정을 하였다. 그래서 이 회사도 중국내 생산물량이 줄어들어 계속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 처해서 중국공장의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2) 철수진행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방안
중국인 매수자와 지분양도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파업이 발생하였다. 직원들의 요구는 지분매매협상에 직원들의 지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동안 외국인투자기업의 느슨한 관리체계 아래서 사회보험가입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가 중국인 오너가 들어오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중소기업 사장들 중에서 직원들의 사회보험을 100% 들어주는 오너는 거의 없다. 회사의 주인이 중국인 사장으로 바뀌면 직원들의 사회보험가입은 중단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중국인 사장 특유의 노무관리 방식인 성과보수체계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사직을 하려고 하는 직원이 많아 졌다. 그런데 직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사직을 하게 되면 경제보상금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지분양도 협상을 하는 중에 그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주동이 되어 파업을 일으킨 것이다. 회사의 주인이 새로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의 근속연수 동안의 경제보상금을 일시에 지불해 달라는 요구이다.
대기업의 1차 벤더는 납기가 생명이다. 파업으로 인하여 부품공급이 중단되면 그 대기업의 라인이 멈추게 되므로 고객관리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회사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이다. 그래서 양도자의 부담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보상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해 버리면 모두 회사를 떠나기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다시 고객의 생산라인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직원대표와 합의해서 지분양도가 이루어진 후에도 전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경제보상금은 양도자가 부담해서 그 금액만큼 노동조합(공회)계좌에 보관해서 노사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가 해당 직원이 실제 퇴직을 할 때 그때 그때 인출해서 주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에 이르렀다.
위의 내용이 글로 표현되어 있어서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이 협상에 참석한 필자는 현장직원들로부터 오전 10시부터 회의실에 감금되어 저녁 5시가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을 정도로 불안과 두려움의 긴 하루였다. 이러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지분인수자인 중국 사장은 그때의 추억으로 아직도 필자와 호형호제하면서 서로 왕래를 하고 있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3) 시사점
사업철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원의 정리이다. 지분양도는 기존 주주와 새로운 주주와의 거래이므로 대상회사와 직원과 체결된 노동계약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법률규정이고 원칙이다. 그러나 실직처럼 직원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는 법과 원칙대로만 따져서 진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소위 떼법이라고 하는 집단행동으로 무리한 보상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중국사업을 철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지분양도 방식이다. 청산은 회사의 모든 법률 및 행정등기 관계를 말소해야 하므로 회사와 관련된 모든 행정기관을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반면, 지분양도는 존속하는 기업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므로 행정절차나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양도금액을 할인하여 줌으로써 지분양도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철수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고, 청산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우발부채의 가능성을 피할 수 있다.
이택곤 BKC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