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간 파운드· 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제공
찻잔 속의 태풍.
특정한 사안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태풍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단지 조그만 찻잔속에 머물고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세계금융시장을 긴장하게 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의 투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로 노딜 브렉시트, 제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브렉시트 일정 연기 등 다양한 선택길에서 상당기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세계금융시장 반응은 미동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낳은 후유증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미중 무역분쟁 타결 가능성 등 호재로 오히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7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유럽국가의 지수도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결과 발표 직후 오히려 급반등했고 발표 이전보다 높은 파운드화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올해 1월 3일 파운드당 1.2581 달러에서 거래됐으나 브렉시트 발표후 지난 17일에는 파운드당 1.2915 달러를 기록하며 1개월여 동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기간중 2.7% 오른 셈이다.
모닝스타 기준 파운드화 환율은 지난 18일 1.2912 달러를 기록하며 브렉시트 발표 이전보다 높은 파운드화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파운드 가치가 상승한 데는 이미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예상했고 합의안 부결로 브렉시트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과 제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목소리까지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원·파운드화 환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파운드당 원화는 지난 15일 1442.94원에서 18일에는 1452.23원으로 9.29원 올랐다. 파운드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 속에서 파운드화 가치가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택하지 않는다면 영국과 EU(유럽연합)간 협상의 가능성이 계속 열려 있고 저평가 되어 있는 파운드화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위력이 약해졌지만 세계금융시장에는 여전히 불안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폭탄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브렉시트 진행에 따라 파운드화는 변동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취약한 금융구조를 가진 신흥국에게는 더욱 부담이 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 영국 움직임도 장기적으로는 영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록과 골드만삭스는 영국이 유럽연합과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에 기반을 둔 펀드매니저들을 뉴욕으로 이전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도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에서 철수하겠다고 경고했고 유럽 자동차 기업 BMW도 동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은 세계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 우려는 여전하다.
영국과 EU간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원)에 달하는 브렉시트 재정분담금도 영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파운드화는 영국이 브렉시트 기한인 오는 3월 29일까지 내리는 결론에 따라 더욱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