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간 엔· 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제공
일본 엔화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엔화 강세인 엔高(고)로 내달리고 있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흔드릴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이 후퇴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드가 엔화 강세의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가 오리면 세계금융시장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게 된다. 와타나베(Watanabe) 부인이 즐겨 사용하는 개인외환거래인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도 영향을 받게 된다.
와타나베는 한국에서 김씨나 이씨처럼 흔한 성(姓)으로 국제금융가에서 일본 외환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주부 투자자들을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들은 일본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해외에서 국제 금융거래를 일으키며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와타나베 부인이 투자하는 FX 마진거래는 일정액의 증거금을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겨두고 특정 해외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하여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방식의 외환선물거래다.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율변동시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손해를 입기도 한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일본의 저금리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차용해 높은 수익률을 위한 조달통화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는 환율의 가치가 비교적 낮아져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엔화 가치가 낮아졌을때 엔화로 빌려주고 엔화 가치가 높을 때 되돌려 받으면 환율 측면에서도 이득이 된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제로금리 상태의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대국 통화와 차익거래가 가능하며 FX 마진거래 역시 엔 캐리트레이드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원· 달러 환율의 급등과 함께 엔화 환율이 크게 올라 국내 엔화를 빌린 기업이나 개인들이 큰 고통을 당한 바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가 확대되면 세계 금융시장의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청산되는 과정에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빚어지는 엔화 가치 절상은 차입자에게 불리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해 연말 급속도로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13일 달러당 113.96엔을 기록했으나 올해 1월 11일 달러당 108.44엔으로 불과 2개월만에 환율이 4.8% 상당 낮아졌다. 환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말한다.
엔高는 엔低(저)를 목표로 했던 아베노믹스를 흔들고 있고 일본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또다시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1~2월에는 달러당 104엔까지 엔화가치가 올라가고 연내 100엔대를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