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해 상당한 재력을 가지게 된 A는 자신의 사후에 상속을 둘러싸고 욕심 많은 장남으로 인해 자식들끼리 분쟁이 생길 것을 걱정하여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기로 했다.
심한 악필이었던 A씨는 자신의 뜻이 담긴 유언장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이를 여러 부 인쇄하여 일일이 인감도장을 찍고, '유언장'이라 기재한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가족들에게 일일이 나눠 주면서 다시 한 번 형제들 간의 화목을 당부했다.
이 경우 A의 생전 유언에 따라 욕심 많은 장남으로부터 동생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 자필증서, 비밀증서, 녹음, 공정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의 방식만을 인정하면서 각각의 방식마다 필요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이 이처럼 엄격한 요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결과 유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위 5가지 유언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각 방식에서 정한 요건을 엄격하게 지켜야만 그 유언이 법률적으로 유효하게 된다.
유언자가 생전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하여 가족들 모두가 그의 유지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뜻(유언)을 법이 정한 방식과 요건에 맞게 작성해두지 않으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A의 경우처럼 컴퓨터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이를 여러 부 인쇄해 인감도장을 찍고, '유언장'이라 기재한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모든 가족들에게 일일이 나눠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유효한 유언장이라 할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평생 노력해 일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남아 있는 자식들이 부모의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사이좋게 공유하며 부모를 기리는 마음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평소에 사이좋게 지내던 형제들이 막상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는 부모의 재산을 둘러싸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픈 마음이 있는 것이고 그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유언장이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유언은 법률에서 그 형식과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형식과 요건을 따르지 않은 채 작성된 유언장은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애초에 유언장을 작성한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상속은 행복한 일이 아닌 새로운 분쟁과 가족 간의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평소 가족들과 본인의 사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본인의 생각을 가족들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은 틀림없다.
이와 더불어 선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적인 장치를 철저히 마련하여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분쟁의 여지를 없애는 것도 행복한 상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