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치권과의 최종 조율 문제 등 '변수' 는 상존
재정경제부가 26일 발표한 2005년 세제 개편안은 최근 몇 년간 보여왔던 '감세' 경향에서 180도 뒤바뀐 '과세강화' 경향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기업 합병 관련 세제지원, 퇴직연금제도 세제지원, 간편납세제 도입 등 기업과 개인에 돌아가는 세제혜택의 폭을 다소 넓혔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세입기반 확충을 통한 과세강화를 이번 세제개편의 방향타로 잡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4조3000억원의 세수결함이 발생하고 올해도 그 이상의 세수결함 발생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인한 만성 적자재정 기조를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이유를 댄다면 일견 이해가 갈만한 부분이다.
다만 '방법' 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유 없는 무덤 없듯이 다들 그럴싸한 명분을 댔지만 소주 세율을 인상한 점, LNG세율을 인상한 점 등은 경기침체 지속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은 분명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오는 8월31일 발표될 예정인 대대적인 '세제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에 앞서 발표되는 바람에 이번 세제개편안의 '임팩트' 가 다소 빛이 바랜 측면도 있다.
□ 소주 세율 인상, 신용카드 공제율 인하-"비명 없는 거위 털 뽑기(?)"
내년부터 '서민의 술' 인 소주의 세율이 현행 72%에서 90%로 대폭 인상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셈.
도시가스 원료인 LNG세율도 키로그램당 60원으로 종전에 비해 50% 인상됨에 따라 각 가정의 가스요금 부담도 다소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세입기반 확충의 일환으로 국민주택규모 초과 공동주택에 공급하는 일반관리·경비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과 근로자 등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인하한 것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들.
부족한 세수를 이들 제도 손질을 통해 채운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지만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세제개편안이 의미하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우리 나라 국민 한 사람이 져야할 세금부담액이 매년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우리 나라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지방세 포함)은 316만원이었다.
□ 방만한 비과세·감면 축소‥세입기반 확충의 또 다른 '妙手'
지난해 기준으로 200여개의 조세감면 특례제도를 통해 빠져나간 조세감면액은 18조6000억원으로 관련 국세 대비 14% 수준이었다.
이 같은 막대한 규모의 조세감면액은 세입기반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효과가 별로 없다고 여겨지는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는 한편 기존 제도의 일정부분을 축소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1300억여원의 조세지원액을 창출했던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를 폐지하고 지난해 6월 신설했던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제도도 폐지키로 했다. 특히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제도는 지원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 당초 신설될 당시에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장기주식형 저축에 대한 비과세 제도, 방위산업용품에 대한 관세감면 등을 폐지하는 한편 고소득층의 세금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세금우대종합저축 가입대상자를 일부 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과세·감면 제도 폐지로 인해 세입기반이 대폭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수 년 전부터 폐지하겠다고 공언해 왔던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를 '균형발전 특별세액감면제도' 로 간판만 슬쩍 바꿔 유지하는 등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란 지적이다.
□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은 요원(?)‥향후 정치권과의 '조율' 관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이었던 지난 2003년 세제개편 당시 정부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세제개편의 모토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 2년여에 걸쳐 매년 이맘때 발표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2%'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제개편시마다 외쳐대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인상이 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눈 앞에 경제상황만을 고려한 급조된 세제개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불합리한 세제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경제여건을 고려한 '조변석개(朝變夕改)' 식 세제개편은 문제가 있다" 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치권과의 의견 조율도 관건이다. 특히 아파트 관리·경비용역 부가세 면제 폐지 문제는 정치권에서 때 마다 문제시 삼았던 점에 비춰볼 때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 LNG세율 인상 등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파급효과가 큰 개정안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눈과 표'를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원들과의 상당한 마찰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